[씨줄날줄] 6포 세대/박현갑 논설위원

[씨줄날줄] 6포 세대/박현갑 논설위원

박현갑 기자
박현갑 기자
입력 2019-02-25 22:38
수정 2019-02-26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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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은 패기와 정열의 상징이다. 무기력이나 좌절과는 거리가 멀다. 연령대로 구분하자면 20대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 고뇌하는 햄릿의 모습보다는 자기주장을 위해 돈키호테처럼 전진하는 패기만만함이 넘치는 때다. 이 같은 열정은 부조리한 사회현실 고발과 사회변혁을 이끌어 낸다. 2002년 대선 때는 인터넷 공간에서 노무현 후보 당선에, 3년 전 촛불시위 현장에서는 문재인 정권 탄생에 기여했다.

요즘 20대는 패기에도 불구하고 절망감에 내몰린 고달픈 세대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3포 세대’를 지나 내집 마련과 인간관계를 포기한 ‘5포 세대’가 된 지 오래다. 대학 졸업유예는 다반사고, 비정규직 취직은 현재진행형이다. 경제학자 우석훈이 비정규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20대의 암울한 현실을 지적한 2007년의 ‘88만원 세대’는 안정적 일자리를 찾겠다는 ‘공시족’으로 변했을 뿐이다.

왜 이런가? 실력이 부족해서? 아니다. 사회생활을 위한 열정을 보자면 지금의 20대가 단연코 최고일 게다. 그럼에도 꿈을 펴기가 힘든 건 저성장 경제 속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부족해서다. 박근혜 정부 시절의 ‘창조경제’나 현 정부에서 강조하는 ‘혁신’은 이 같은 경제위기 인식에 따른 해법이지만, 20대 가슴에는 여전히 와닿지 않는 구호다. 서울시를 비롯한 일부 지자체에서 추진하려는 ‘청년수당’도 땜질식 처방일 뿐이다.

최근 여당에서 20대 5포 세대를 ‘정치 포기’를 포함한 ‘6포 세대’로 만들려는 모양이다. 설훈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정부에 대한 20대 지지율이 낮은 이유에 대해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 동안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았다면 보다 건강한 판단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일자리 창출로 취업난 해소에 매진하겠다는 해법 제시가 아니라 전 정권 탓만 한 그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19대 국회 후반기 교육문화상임위원장이었다. 홍익표 수석대변인도 ‘전 정권의 반공교육 때문에 20대가 보수적’이란 취지로 발언한 게 알려지면서 20대 사이에서 여당 비판은 더 확산되고 있다.

구조화된 불평등과 미래 불확실성에 놓인 20대에게 꿈과 희망을 불어넣을 청사진을 제시하지는 못할망정 이처럼 과거 정부 탓만 하는 사고방식으로는 정치 혐오와 지지율 저하라는 역풍만 불러올 게다. “정치는 그들에게 실력과 열정만 있으면 기회가 보장되는 공정한 게임이 되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그들의 무한도전이 성공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는 민홍철 의원 같은 국회의원들이 여의도에 더 많이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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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2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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