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신입생 환영회 유감/손성진 논설실장

[씨줄날줄] 신입생 환영회 유감/손성진 논설실장

손성진 기자
입력 2017-03-17 22:50
수정 2017-03-18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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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문리대 신입생들은… 환영회에서 흥을 돋우어 준 재즈 가락에 못 이겨 그들은 ‘더이상 얌전할 수 없었다’. 재즈와 젊음만 있으면 기분도 함께 있나 보다.” 1964년 3월 16일자 신문 기사다. 술과 음악이 있는 신입생 환영회는 아마도 1960년대에 생긴 것 같다. 대학생이 되면 누구나 대학, 학과, 고교 동창회, 학내 서클 등이 마련한 환영회에 여러 번 참석해야 했다. 특히 학과나 동창회의 환영회에서는 어색한 분위기를 띄우는 한편 ‘군기’를 잡기 위해 신입생들에게 다량의 술을 강요했다. 새 학기가 되면 술을 입속으로 ‘쏟아붓는’ 통과 의례를 치르는 신입생들로 학교 주변의 음식점들은 북적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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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처음 마시는 술을 ‘원샷’하다 보면 토하는 것은 다반사요 목숨을 잃는 사고도 나기 일쑤였다. ‘사발주’를 마시는 의례를 ‘사발식’(死發式)으로 자조하면서도 대학가의 음주 환영회는 그칠 줄 몰랐다. 사발뿐만이 아니라 징이나 꽹과리, 심지어 구두도 술잔을 대신했다. 여학생도 예외는 아니었다. 1983년 2월 서울대에 합격한 신입생이 소주 2병을 마시고 친구집에서 자다 숨진 사건이 지상에 기록된 첫 인명 사고다. 환영회에서 비롯된 불상사나 추태는 연초면 단골 기사가 됐다. 흥청망청했던 사회 분위기와 마찬가지로 1990년대에는 사발주와 더불어 폭탄주가 대학가를 휩쓸었다. 맥주와 소주, 이온 음료를 큰 대접에 섞어 단번에 마시는 ‘뿅가리주’가 유행하기도 했다. ‘전국주류도소매협회 선정 가장 맛이 간 동아리’라는 이름을 걸고 술을 내세워 신입생을 유혹하는 동아리도 있었다.

1998년 C대학 환영회에서 음주를 강요해 후배를 숨지게 한 선배에게 법원은 유죄를 선고해 경종을 울렸다. 이웃 일본에서도 이런 음주 풍조가 없지는 않은데 ‘잇키(원샷)방지연락협의회’라는 시민단체가 활동하고 있다. 한국에도 ‘대학생알코올문제예방협회’가 있다. 이런 음주문화는 술을 공동체의 중요한 매개체로 여기는 문화, 서열을 중시하는 군사문화의 잔재 때문으로 풀이할 수 있겠다. 학자들은 새 구성원에게 새 정체성을 심어 주는 의식이라고 설명하기도 하고 농경문화의 집단주의 탓으로 보기도 한다.

어느 대학의 학생들이 환영회에서 마시려고 소주 7800병을 구입했다는 보도와 여학생이 과자 먹기 게임을 하다 사망한 사건을 보고는 놀랍다기보다 시대착오적이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사실 90년대식 음주문화가 직장에서는 거의 사라졌기 때문이다. 술을 곁들인 신입생 환영회는 무조건 나무랄 수만은 없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 그러나 정도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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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진 논설실장 sonsj@seoul.co.kr

2017-03-1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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