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여의나루의 ‘변신’/박건승 논설위원

[씨줄날줄] 여의나루의 ‘변신’/박건승 논설위원

박건승 기자
입력 2017-02-26 17:48
수정 2017-02-26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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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에는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기다림이 공존한다. 쓸쓸함과 분주함이 엇갈린다. 박목월이 ‘나그네’에서 ‘강나루 건너서/ 밀밭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라고 읊었듯 나루를 건너가면 곧 나그네가 된다. 황해도 민요 ‘몽금포 타령’의 ‘장산곶 마루에 북소리 나더니 … 님 만나 보겠네…’에선 바다 나간 이의 무사귀환과 해후를 기원하는 공간이다.
한강의 남북쪽을 잇는 다리는 대부분 조선시대 나루가 있던 곳이다. 광나루에는 광진교와 천호대교, 삼밭나루에는 잠실대교, 뚝섬나루에는 영동대교, 마포나루에는 마포대교, 양화나루에는 양화대교가 들어섰다. 나루는 사람과 물품이 모이는 교역 장소다. 한자로 진(津)이니 노량진과 광진, 양화진, 동작진처럼 ‘진’이 붙은 지명은 하나같이 나루였다.

여의나루의 유래는 정확하지 않다. 1986년 여의도 선착장이 생기면서 붙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그로부터 10년 뒤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이 들어서면서 친숙해졌다. 여의도는 원래 백사장이었다. 지금 국회의사당이 자리한 제일 높은 지점의 ‘양말산’ 외에는 모두 물에 잠기는 곳이라 ‘너나 가지라’는 뜻에서 ‘너의 섬’으로 불렸다는 얘기도 있다. 일제 때 간이 비행장이 들어서면서 존재가 알려지긴 했지만 1960년대 후반 건너편 밤섬을 폭파해 얻은 골재로 윤중제를 쌓기 전까지는 사실상 불모지였다. 그러니 조선시대의 광나루나 마포나루, 노들나루(노량진)와 같은 전통적 개념이 아닌 20세기판 ‘신(新)나루’로 봐도 무방할 듯하다.

서울시가 최근 공개한 여의나루 개발 계획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애당초부터 ‘오세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더니 이내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만만찮다. 이 계획대로라면 서울시 최초의 통합 선착장인 ‘여의나루’를 만들고, 먹거리·볼거리·즐길거리의 수변 상업시설을 갖춘 ‘여의정’을 세운다. 식당·카페·판매시설인 ‘여의마루’와 복합문화센터인 ‘아리문화센터’도 짓는다. 2019년까지 1931억원이란 적잖은 돈이 들어간다.

문제는 여의나루가 경인운하 연장의 명분과 수단이 된다는 점이다. 한국수자원공사와 인천시는 경인운하의 서울 구간 연장을 추진 중이다. 통합 선착장이 건설되면 700t이 넘는 배가 한강에 들어오는 것은 시간문제다. 중대형 선박이 한강에 드나들면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밤섬과 한강의 생태계 파괴는 불을 보듯 뻔하다. 오세훈의 한강 르네상스가 전시성·혈세낭비 사업이라고 4년 전 백서 발간을 주도했던 시장이 누구였던가. 어떠한 경우든 한강 개발의 대전제는 한강을 죽이지 말라는 것이어야 한다. 경인운하의 뱃길을 늘리고 ‘놀고 먹고 마시고 즐기기’ 위한 ‘너의 섬’ 개발이라면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중히 사양하고 싶다. 한강을 못 살게 굴지 말고 좀 쉬도록 차라리 내버려 두는 편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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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건승 논설위원 ksp@seoul.co.kr

2017-02-27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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