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생선가게 고양이’ 감사관/정기홍 논설위원

[씨줄날줄] ‘생선가게 고양이’ 감사관/정기홍 논설위원

입력 2014-06-26 00:00
수정 2014-07-02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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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무덥던 7월, 박정희 대통령은 이주일 감사원장에게 한 장의 친필 서신을 보냈다. 읽고 있던 이 원장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감사원 직원의 기강을 잡아 달라는 협조전이었다. 감사원의 기강부터 잡은 뒤 고위 공무원의 권력형 비리를 도려내겠다는 대통령의 결연한 의지였다. 서울 마포의 와우아파트 붕괴 사고에 서울시 공무원들이 연관되는 등 공직 기강이 극도로 해이해졌을 때다. 이 원장은 “현장 감사에서 대상 기관의 커피 한잔도 얻어 먹지 말라”고 엄명을 내렸다. ‘삼청동 사람들’에게 지금도 금과옥조로 내려오는 말이다.

그로부터 44년, 감사원의 ‘청렴 역사’를 다시 써야 할 치욕적인 일이 터졌다. 한 감사관(서기관급)이 한국철도시설공단의 발주사업 감사 과정에서 특정 업체에 유리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수천만원대의 뇌물을 받아 검찰에 체포됐다. 수십년 전 유신사무관 출신의 감사관이 향응을 받아 옷을 벗은 적은 있지만, 감사원 발족 이래 감사관이 금품을 받아 수사를 받은 건 처음이다. 2011년 은진수 전 감사위원이 저축은행 사태 때 청탁 명목으로 억대 금품을 받은 적이 있지만 엄연한 외부 정치인이었다.

이번 사건은 감사원의 내부 감찰 기능에 큰 구멍이 났음을 드러냈다. 감사원의 감찰부는 직원의 비리 낌새가 엿보이면 어김없이 당사자를 불러 꼬치꼬치 캐묻는 것으로 유명했었다. 감사 현장에서 감사관이 ‘허튼 짓’을 하면 감사원의 기강이 단 한 번에 사상누각처럼 무너진다는 이유에서다. “‘5호 담당제’와 같은 보이지 않는 조직이 있다”는 우스갯소리는 감시의 눈초리가 그물망과 같다는 뜻이다. 감사관은 공무원을 비롯한 공공부문의 직원에겐 ‘갑 중의 갑’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각종 비리에 연루될 개연성이 있다.

‘화불단행’(禍不單行)이다. 화는 단 한 번에 그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에 연이어 발생한 굵직한 사고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감사원장은 직원의 언행에 대한 관심과 함께 외부의 지적들을 귀담아들어야 한다. 적지 않은 곳에서 기강이 흐트러진 사례들이 들려온다. 건설·토목 등 전문 기술 파트 직원들이 사업자와 암암리에 접촉하는지에 특히 신경을 써야 한다. 뇌물을 받은 감사관도 기술직이다. 총리를 비롯한 각료 인선의 혼선으로 지금의 공직사회는 어수선하다. 기강을 첫 덕목으로 삼는 감사원에 이 사건이 던진 상징성은 결코 작지 않다. 수법이 부패가 횡행했던 60~70년대식의 후진성을 띠고 있다. 이 사태를 일과성으로 흐지부지 넘겨서는 비슷한 사례가 반드시 다시 찾아온다. 감사원이 구정물로 뒤덮이고 병들면 공직사회가 썩게 되고, 그 해악은 모두 국민에게 돌아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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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2014-06-2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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