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봄비가 꽤 사납게 내리던 날. 늦은 밤 창가를 물끄러미 보다 떨어지는 꽃잎을 떠올린 것은 예기치 못한 일이었다. 벚꽃·살구꽃·개나리꽃이 시든 것은 한참 전 일이고, 철쭉처럼 키 작은 봄꽃만 남아 있는 터라 떨어질 꽃잎이 딱히 많이 있는 것도 아닌데 왜 문득 낙화가 생각났던 것일까.
조지훈은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주렴밖 성근 달이 하나 둘 스러지고/귀촉도 울음 뒤로 먼 산이 닥아서다/촛불을 꺼야 하리, 꽃이 지는데…’(‘낙화’)라고 적었다. 쓸쓸하다 못해 뭔가 싸하다. 하기야 어떤 무명씨는 ‘꽃잎 떨어져 바람인가 했더니 세월이더라’고 자조적으로 읊조리기도 했다. 낙화에 대한 상념은 누구나 다 같을 순 없는 법. ‘가야 할 때가 언제인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봄 한 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이형기 ‘낙화’) 이 시인에게 낙화란 녹음과 결실을 향한 축복의 과정이었으리라. 낙화는 끝이 아니기에 꽃잎이 진다고 낙담할 일은 아닌 것 같다. 그 꽃은 1년 뒤에 다시 피리니.
박건승 논설위원 ksp@seoul.co.kr
조지훈은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주렴밖 성근 달이 하나 둘 스러지고/귀촉도 울음 뒤로 먼 산이 닥아서다/촛불을 꺼야 하리, 꽃이 지는데…’(‘낙화’)라고 적었다. 쓸쓸하다 못해 뭔가 싸하다. 하기야 어떤 무명씨는 ‘꽃잎 떨어져 바람인가 했더니 세월이더라’고 자조적으로 읊조리기도 했다. 낙화에 대한 상념은 누구나 다 같을 순 없는 법. ‘가야 할 때가 언제인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봄 한 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이형기 ‘낙화’) 이 시인에게 낙화란 녹음과 결실을 향한 축복의 과정이었으리라. 낙화는 끝이 아니기에 꽃잎이 진다고 낙담할 일은 아닌 것 같다. 그 꽃은 1년 뒤에 다시 피리니.
박건승 논설위원 ksp@seoul.co.kr
2018-04-2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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