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가양주(家釀酒)/문소영 논설위원

[길섶에서] 가양주(家釀酒)/문소영 논설위원

입력 2015-04-21 00:04
업데이트 2015-04-21 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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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빚은 술을 가양주(家釀酒)라고 한다. 조선시대에 제사를 지낼 때 제사상의 술로 가양주를 내야 했으니 양반집에는 전래하는 술 빚는 법이 따로 있었다. 집집이 장맛이 서로 다르듯 술맛도 각기 달랐을 것이다. 쌀이 귀하던 1960~1980년대 쌀로 술 빚는 것을 정부가 금했는데, 엄마는 다락방에서 ‘약주’라는 이름으로 청주를 만들어 아빠의 입을 즐겁게 했다. 술 익는 동안 맛있는 냄새도 즐겁지만, 거품이 퐁퐁하고 터지는 술 익는 소리도 즐겁다.

20대부터 집과 떨어져 지내면서 가양주를 잊고 지내다가 와인을 직접 빚는 동호회의 레시피로 4년 전쯤 직접 포도주를 만들어 마신 적이 있다. 프랑스산 숙성 와인까지는 아니더라도 소주를 부은 포도주처럼 얄팍하지 않은, 좀 과장하면 수확한 첫해 포도로 빚은 ‘보졸레 누보’라고나 할까.

최근 가양주에 열정을 쏟는 선배를 알게 돼 입이 호강한다. 쌀막걸리가 주특기였는데 최근에 장비를 갖춰 와인맥주·에일맥주 등 다양한 종류의 맥주를 빚고 있다. 만날 약속이 잡히면 막걸리와 맥주가 안주처럼 따라온다. 일주일은 숙성해 마시라는 당부에도 개봉해서 홀짝 마신다. 선배, 자주 만나요.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2015-04-2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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