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결정 장애/최광숙 논설위원

[길섶에서] 결정 장애/최광숙 논설위원

입력 2013-07-17 00:00
수정 2013-07-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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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살 조카가 갈림길에 서 있다. 이걸 고를까, 저걸 고를까. 알록달록 색깔별로 펼쳐진 아이스크림 진열대 앞에 서면 황홀해진 요 녀석은 급기야 이성을 잃는다. 처음에는 초콜릿 색깔을 골랐다가 금세 노란 망고 아이스크림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막상 주문할라치면 큰소리로 “아니, 아니” 하며 분홍빛 딸기 아이스크림으로 바꾼다. 장난감을 고를 때도 오락가락이다.

반면 그의 누나 열살 조카는 쭉 한 번 아이스크림 진열대를 훑고는 단박에 결정한다. “저거” 하면 그걸로 끝이다. 조금의 망설임도 흔들림도 없다. 매사에 그렇다.

얼마 전 후배랑 남대문시장을 둘러보다 값도 싸고 들고 다니기 편한 가방이 눈에 쏙 들어왔다. 밤색과 군청색 두 가지를 놓고 한참을 망설였더니만 후배가 한마디 한다. “언니, 그거 결정 장애야.” 선택의 갈림길에서 어느 한쪽을 고르지 못해 괴로워하는 것도 병이란다. 항상 빨리 결정하라고 조카 녀석을 채근했더니만 내가 딱 그 꼴이다. 결정 장애. 그거 나이랑 아무 상관없고 분명 성격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싶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2013-07-17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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