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술 실수/김종면 논설위원

[길섶에서] 술 실수/김종면 논설위원

입력 2011-11-08 00:00
수정 2011-11-08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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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은 우리에게 주중불어(酒中不語)는 진군자(眞君子)라고 가르친다. 술 취한 가운데에도 말이 없음은 참다운 군자라는 뜻이다. 고전의 가르침이 어디 틀린 게 있으랴. 하지만 술 취해서도 말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건 범인에겐 기대하기 어려운 엄청난 내공이다. 술을 마시는 것이 도를 닦는 일이 아닐진대 쓴소리, 곧은 소리, 굽은 소리 무슨 말인들 못할까. 말수가 늘다 보면 실수도 하고 그런 것이 인지상정 아닌가. 주중불어란 술 취해 말을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남에게 피해를 주는 ‘쓸데없는’ 말을 하지 말라는 뜻일 게다.

요즘 부쩍 생각나지도 않는 술 취한 언어를 기억해 내려 애쓰는 일이 늘었다. 그만큼 ‘말 아닌 말’을 시시때때로 쏟아내고 있다는 얘기다. 왜 전에 없던 일이 일어날까. 힘 떨어지면 술 떨어진다더니, 술은 역시 정신력이 아니라 근력으로 먹는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술 취해 잃어버려야 할 것은 진정 제 몸의 물건이 아니라 취중 췌언(贅言)임을 다시금 되새겨 본다. 경험의 학교는 왜 이리 수업료가 비싼가.

김종면 논설위원 jmkim@seoul.co.kr

2011-11-08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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