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 다시 민심을 생각한다

[서울광장] 다시 민심을 생각한다

서동철 기자
서동철 기자
입력 2024-04-12 00:10
업데이트 2024-04-1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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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투기 후보도 선택받은 총선
‘더 큰 잘못’ 무엇인지 자성하고
개헌 저지선 구축 유권자 뜻 살펴
거대 야당, 전횡 아닌 대화 힘써야

4·10 총선의 밤샘 개표가 마무리된 아침 ‘조선왕조실록’에 ‘민심’(民心)을 검색어로 넣었더니 수없이 많은 기사가 있음을 알려 준다. 무엇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는데 다음과 같은 기사가 곧바로 눈에 들어왔다. 옛날 말씀에 하늘이 보는 것은 백성이 보는 것으로부터 보며, 하늘이 듣는 것도 백성이 듣는 것으로부터 듣는다고 했다. 그렇게 민심이 돌아가는 곳에 천명도 있게 되는데, 하늘의 뜻은 지극히 높아 측량하기가 어렵다. 그러니 하늘의 뜻은 결국 사람의 마음을 미루어 보는 것으로 짐작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였다.

중종 시대 누군가의 상소문에 나온 대목이었는데 ‘민심이 곧 천심’인 이유를 구구절절 설명해 놓은 것이 제법 설득력이 있었다. 그러고 보니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줄곧 정체된 결과가 나와도 대통령실은 “오로지 국민만 보고 일하지 지지율을 올리고자 일을 하지 않는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그 말도 아주 틀린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총선 결과를 보고 나니 바로 그런 인식이 오늘날 총선 참패의 원인(遠因)이 아닐까 싶어지는 것이었다. 민심이 담긴 지지율은 천심일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국민 전체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온갖 막말을 일삼거나 ‘불법’ 부동산 투자로 국민의 심기를 흐렸던 더불어민주당의 두 후보가 나란히 당선된 것은 상식의 전도(顚倒)라는 점에서 아쉬웠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수원 화성행궁을 여성의 신체 부위에 비유하고, 이화여대 초대 총장이 학생들을 미군 장교에게 성상납했다고 발언한 후보에 대해 “차라리 바바리맨을 공천하라”고 강력히 비판하기도 했다. 주택 구입을 목적으로 대학생 딸에게 거액의 사업자 대출을 받게 한 후보를 두고도 “전국에 ‘우리는 너희처럼 막 살지 않았다’는 말이 울려 퍼지게 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던 기억이 난다.

그럼에도 유권자들은 그들에게 표를 주었고 두 사람은 국회의사당에 금배지를 달고 입성할 것이다. 논란을 몰고 온 이들의 행위가 옳은지 그른지를 가리는 도덕 시험이었다면 아마도 두 후보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투표는 학교에서 시험 문제를 푸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이번 총선은 분명히 깨닫게 했다. 해당 지역 유권자들은 지금 필자를 향해 이렇게 항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가 뽑은 후보가 잘못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더 큰 잘못’을 심판한 것이다”라고….

예견되기는 했어도 조국혁신당의 지지세는 놀라웠다. 여당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조국 대표의 출마를 한꺼번에 거론하며 “국회가 범죄자 도피처라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냐”고 비난했었다. 실제로 조국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2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사실은 모르는 유권자가 없다. 그럼에도 ‘범죄자’를 강조하는 여당의 선거 전략은 먹혀들지 않았다. 대통령은 “국민은 언제나 무조건 늘 옳다는 생각을 가슴에 담고 있다”고 말하곤 한다. 그럴수록 여권은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이 어떤 것인지 스스로 가슴에 손을 얹지 않으면 안 된다.

공천에서 컷오프된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해 야당에 어부지리를 줄 수 있는 상황에서 여권이 무대책으로 일관한 것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두 지역구 유권자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무소속 후보를 심판하는 투표로 개헌 저지선을 구축하는 데 일조했다. 강성보수 자유통일당이 한때 여론조사에서 6%를 넘나드는 지지율을 기록한 것도 여권에는 위협적이었다. 그럼에도 지지하던 사람들이 막상 투표에서는 여당에 표를 넘겨 준 것이 개헌 저지선을 지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대목 또한 더욱 공룡화된 야권에 입법 전횡이 아닌 대화와 협력을 요구하는 총선 민심의 일단이라고 믿는다.

서동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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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철 논설위원
서동철 논설위원
2024-04-1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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