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 정의당, 더 정의롭게 싸워라/이종락 논설위원

[서울광장] 정의당, 더 정의롭게 싸워라/이종락 논설위원

이종락 기자
입력 2020-04-02 21:58
수정 2020-04-03 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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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락 논설위원
이종락 논설위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된 새 선거법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 최대 수혜 정당이 정의당이 될 것으로 대부분의 정치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진보정당 최초의 교섭단체 구성(20석)까지 기대해 봄 직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27일 선거법 개정안이 실제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뒤에 상황은 정반대로 흘러갔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미래한국당, 위성정당 적자 논란을 벌이는 열린민주당 등이 난립하면서 정의당의 지지도는 끝없이 추락했다. 리얼미터가 지난달 16~20일 조사한 여론조사에서 정의당 지지율은 3.7%로 떨어졌다. 23~27일 조사에서는 4.6%로 다소 반등했지만 지난 20대 총선에서 정의당의 정당 득표율인 7.2%에는 한참 못 미친다. 노회찬 전 의원이 별세한 직후인 2018년 8월 첫 주에 14.3%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정치전문가들 사이에도 의견이 분분하지만 4가지 정도를 꼽는다. △조국 사태와 패스트트랙 처리 과정에서 정의당의 정체성 상실 △지역구 민주당과 비례대표 정의당을 지지하는 교차투표에 대한 몰이해 △비례대표 후보 선정 문제 △연동형 비례대표제 실체에 대한 오판 등을 거론했다.

정의당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데스노트’(부적격 후보자 명단)에 넣지 않았다. 정치개혁을 위한 선거법 개정과 검찰개혁을 위해 조 전 장관을 옹호한 탓에 ‘민주당 2중대’라는 비판을 들었다. 정의당의 청년 후보들로 꾸려진 청년선거대책본부가 최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때 정의당이 보인 태도를 반성한다”고 공개 사과했을 정도다. 정의당 지도부는 4·15 총선에서 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정의당을 찍는 이른바 진보진영의 교차투표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ㆍ정의당 지지층은 쏠림현상이 나타나는 쪽에 힘을 실어 주는 성향이 강한데 정의당 지도부가 아직도 환상에 빠져 있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2016년 총선 때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했던 사람 중 20%가 정의당을 지지했다”면서 “이들 중 상당수가 이번 선거에서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 싸움이 전개되면서 열린민주당으로 대거 빠져나가 당 지지도가 5%도 안 나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당내에서는 노 전 의원의 별세 이후 1000여명이 정의당에 입당했지만 그중 60~70%는 친문(문재인 지지)세력이라는 얘기도 있다.

비례대표 선정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도 정의당엔 악재다. 비례대표 6번을 받았던 신장식 후보는 음주 및 무면허 운전 논란 끝에 사퇴했다. 비례대표 1번 류호정 후보의 대리게임 논란은 여전히 정의당의 발목을 잡고 있다. 새 선거법에 대한 당 지도부의 몰이해도 위기의 원인 중 하나다. 현행 선거법은 특정 정당이 지역구와 비례대표제 후보를 같이 낼 경우 지역구에 한 명이 당선되면 비례대표제에서 의석 한 개를 뺀다. 이런 제도의 맹점은 지역구와 비례대표 후보를 함께 낸 소수정당이 불리하고 비례위성정당을 창당하는 ‘꼼수’를 부린 민주당과 통합당에 유리해 거대 양당의 대결을 고착화했다. 결국 정의당 지도부는 거대 정당의 과잉 대표성을 막고 다양한 정당의 의회 진출을 확대한다는 이상만 추구했지, 새로운 선거법을 제대로 이해조차 못했던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민주당과의 후보 단일화에 여전히 미련을 못 버리고 있는 것 같다. 심 대표는 지난달 18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지역구 후보 단일화 논의 가능성에 대해 “민주당 지지자들이 민주당과 정의당을 20대30 정도로 전략투표할 수 있다고 본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지역구 선거에서는 후보 단일화를 위해 민주당의 눈치를 보고, 중앙무대에서는 “인위적인 정당 간의 단일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 이중전략을 펴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이유다.

그럼 해결책은 없을까. 정치 전문가들은 “정의당이 원리원칙으로 돌아가 진보정당의 가치와 필요성을 호소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어차피 21대 국회는 거대 양당 정치가 심화될 게 뻔하고, 모정당과 비례위성정당들 간의 주도권 다툼은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럴 때일수록 정의당은 색깔을 더욱 강하게 내야 한다. 거대 정당이 품지 못하는 비정규직과 농민, 청년과 여성, 소외된 약자들을 정의당은 여전히 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줘야 한다. 그러려면 이번 총선에서 정의당은 정의롭게 싸워야 한다. 민주당과의 후보 단일화에 목매는 어정쩡한 자세보다는 제 길을 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당당하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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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rlee@seoul.co.kr
2020-04-0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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