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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나상훈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시론]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나상훈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입력 2021-06-28 20:44
업데이트 2021-06-29 0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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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상훈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나상훈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최근 국내에서도 30대 코로나19 백신 접종자 2명에게서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TTS)이 발생해 안타깝게도 한 명이 숨졌다. 유럽의약품안전청은 지난 4월 7일 TTS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연관성을 인정했고, 미국에서는 얀센 백신 접종 후 부작용으로도 보고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 등 ‘아데노바이러스 벡터(전달체)’ 코로나 백신의 매우 드문 부작용으로 알려져 있다.

TTS는 영국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100만명당 9.2명, 미국에서 얀센 백신 접종 100만명당 3.1명이 발생했다. 우리나라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870만명 접종 후 2명으로, 발생률은 접종 100만명당 0.2명이다. TTS가 흔히 발생하는 연령으로 보고된 50세 미만 접종 175만명을 기준으로 하면 100만명당 1.1명 정도다.

TTS로 사망하는 사례를 막으려면 의료진의 정확한 진단뿐 아니라 접종자 스스로의 모니터링도 중요하다. 먼저 아스트라제네카나 얀센 백신을 접종한 이들은 4~28일 사이에 진통제로도 조절되지 않고 시야 장애나 뇌압 상승을 동반한 심한 두통(뇌정맥동혈전증), 지속적으로 심한 복통(내장정맥혈전증)이 있을 때 의료인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 또 접종 부위 이외에 멍이 생기고, 이 멍이 점점 심해지는 증상이 나타나면 병원을 찾아가는 것이 좋다. 혈소판 감소로 인한 출혈 증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도 모르게 부딪혀 무릎이나 팔꿈치 등에 멍이 드는 일은 흔하다. 그러나 무릎 뒷부분이나 옆구리 등 충격을 잘 받지 않는 부위나 동시에 여러 군데 심한 멍이 들면서 점차 심해지는 경우, 다리에 수십 개의 빨간 점상 출혈이 보이는 경우는 몸에 문제가 생겼다는 이상 신호일 가능성이 크다.

이런 증상의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진은 우선 혈소판 감소증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혈액검사로 혈소판 감소증, 그리고 영상검사로 혈전증이 동시에 진단되면 TTS 가능성을 의심해야 한다. 이때 확진이나 확진 배제 시까지 하지 말아야 할 것이 두 가지 있다. 혈소판 수혈과 헤파린 사용이다. TTS의 발생 기전이 혈소판을 파괴할 수 있는 자가면역 항체 생성이기 때문에 오히려 상태를 나빠지게 할 수 있다. 항응고제는 아가트로반 주사나 와파린이 아닌 새로운 경구항응고제(다비가트란, 리바록사반, 아픽사반, 에독사반) 중 한 가지를 사용한다.

아울러 의료진은 먼저 영상검사로 혈전을 진단할 때 해당 부위의 정맥 조영을 할 수 있는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해야 한다. 또한 TTS 확진 검사인 항PF4항체 검사를 의료진에게 배부된 안내서대로 시행한다.

백신으로 코로나19 감염은 예방할 수 있어도 평소 비교적 흔하게 발생하는 동맥경화성 심근경색 뇌졸중이나 폐색전증, 심부 정맥 혈전증은 예방하지 못한다. 동맥경화로 인한 만성 심혈관계질환은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당뇨병, 흡연, 고령화 등의 위험인자가 수년에서 수십 년간 진행되면서 발생한다. 이런 질병이 백신 접종 후 수일에서 수주 만에 갑자기 발생하는 것은 의학적으로 불가능하다.

물론 지난 수십 년간 의학의 발전으로 심혈관계질환으로 인한 연간 사망은 1950년대에는 인구 10만명당 600명이었지만, 최근 보고로는 10만명당 100명으로 현저히 줄었다. 그럼에도 2019년 국내 통계에 따르면 심혈관계질환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연간 2만~3만명 정도, 하루 50명에서 80명을 기록하고 있다. 즉 백신 접종 여부와 상관없이 심혈관계질환으로 인한 사망자가 매일 수십 명씩 발생하고 있다. 이 숫자는 코로나19 예방 접종이 시작된 이후에도 늘지 않았다.

현재 국내에서도 보고된 백신 접종 후 매우 드물게 발생하는 부작용인 TTS와 이상 반응은 일반적인 혈전증과는 다르다. 많은 이들이 걱정하는 일반적인 혈전증은 백신 접종을 피하는 게 아니라 꾸준히 관리함으로써 예방할 수 있다.

국내 TTS 발생률은 접종 100만건당 0.2~1.1건으로 서양과 비교해 3~10분의1 정도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TTS가 의심되는 증상이 있는 접종자는 의료진을 찾고, 의료진은 하지 말아야 할 것과 해야 할 것을 지킨다면 TTS로 인한 사망을 막을 수 있다. 조기 진단과 치료로 더이상 TTS로 인한 사망이 없기를 바란다. 그리고 머지않은 미래에 모두의 노력으로 코로나19가 종식되고 마스크 없는 일상생활로 돌아가길 희망한다.
2021-06-2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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