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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새로운 주거 유형을 위한 공공의 노력/김석경 연세대 실내건축학과 교수

[기고] 새로운 주거 유형을 위한 공공의 노력/김석경 연세대 실내건축학과 교수

입력 2021-12-23 20:40
업데이트 2021-12-24 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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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경 연세대 실내건축학과 교수
김석경 연세대 실내건축학과 교수
최근 우리사회는 1인가구의 증가와 핵가족화로 인해 단위가구 내 구성원의 수는 감소하고 있으나, 거주자의 유형은 다양화되고 있다. 과거에는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대표적 가족유형으로 부부와 자녀 2인을 포함한 ‘4인 핵가족’을 꼽았다면, 요즈음에는 가족 구성원의 수, 연령대, 자녀 유무, 가구원의 직업 등 다양한 특성을 고려하여 세분화하고 이들의 요구에 맞는 주거공간과 단지 환경을 계획하고 있다. 이는 공동주택이 다수를 위한 주거유형이기는 하나, 그 안의 거주자의 특성에 따른 다양한 요구를 수용한 주호와 단지 계획을 추구하기 위함일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에서 ‘공공주택단지’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질적인 측면보다는 주로 양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기사와 논문이 검색된다. 특히 공공임대주택은 취약계층을 위한 주택 공급에 많은 기여를 한 것으로 파악되나, 디자인과 관련된 검색결과는 상대적으로 적다.

우리나라보다 공공임대주택의 개념이 먼저 도입된 유럽이나 미국의 사례를 보면 초기에는 양적공급에 치중하였으나, 점차 단위주택 디자인과 단지계획에 다양하게 시도했다. 그중 미국 주택도시부(HUD)의 ‘HOPE VI’ 프로그램은 획일적인 공공임대주택의 디자인에서 벗어나 저층의 타운홈 형태로 디자인에 변화를 주고, 다양한 사회경제적 계층의 혼합, 주거지내 보행성(walkability) 확보 및 공동체 구성원을 위한 공용공간의 계획 등에 기여한 대표적 사례이다. ‘Housing Opportunity for People Everywhere’(HOPE)라는 의미로 HUD가 지역의 건축가와 주택개발업자들과 협업을 하여 기존의 공공주택의 이미지를 탈피한 주호 및 주거지(neighborhood) 디자인을 많이 선보였다.

우리나라에서도 거주자의 다양한 주생활 특성을 고려해 새로운 주호의 유형을 개발하고 기존에 시도하지 않던 단지계획기법을 도입한 공공아파트단지 사례가 많이 있다. 1980년대에 테라스 주택이 도입된 부산의 망미주공아파트, 주동에 공중정원이 도입된 상계주공아파트, 조부모, 부모, 자녀세대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3세대 동거형 아파트 등 공공주택에 새로운 디자인을 도입하려는 노력은 오래전부터 있어 왔고 현재까지 꾸준하게 지속되고 있다. 테라스 주택의 도입은 2000년대 초반 용인 상갈 그린빌로 이어졌고, 다양한 테마를 부여하여 단지 내 어린이들이 흥미로운 환경을 경험할 수 있는 어린이 놀이공간과 커뮤니티 공간이 계획되었다. 또한 공공아파트 단지 내 공용공간을 계획하는 과정에서 해당 단지의 거주자의 특성을 미리 예측하고 필요한 공용공간을 효율적으로 배치하고 디자인하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이어 왔다.

새로운 주거유형과 단지계획 기법에 대한 노력은 수도권에만 편중된 것이 아니라, 지방의 많은 LH아파트 단지에서도 적용되어 왔다. 가령 안동 지역에 2010년경 완공된 휴먼시아 단지에서도 주민을 위한 체육시설, 스토리텔링(story telling)을 연상하게 하는 테마를 부여한 단지 내 놀이터, 지역의 문화적 유산을 연상하게 하는 단지 내 수변공간 계획 등이 좋은 사례이다. 이는 앞서 언급한 미국의 HOPE VI가 2011년 이후에는 주정부의 예산에서 삭감되어 현재는 새로운 주거유형을 찾아볼 수 없는 것과 비교된다.

최근 1인 가구의 증가로 인한 청년주택, 에이징 플레이스(aging-in-place)를 지원하기 위한 노인주택, 출산과 육아를 위한 양육지원적 주택 등 다양한 요구에 대응한 주택계획이 필요한 가운데, 과거 새로운 주택과 주거단지 계획을 시도했던 LH에서 보다 다양한 공공주택의 유형 개발과 설계기법을 제공하는 역할을 활발히 수행할 것을 기대한다.
2021-12-2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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