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회 뇌사시킨 ‘선진화법’ 19대 국회가 고쳐라

[사설] 국회 뇌사시킨 ‘선진화법’ 19대 국회가 고쳐라

입력 2016-01-19 20:52
수정 2016-01-19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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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입법 마비 상태에 빠진 가운데 정국이 벼랑 끝 대치로 치닫고 있다. 여야가 노동개혁 관련 입법도, 경제 활성화 관련 법도 절충할 능력과 의지가 없는 것으로 드러나면서다. 새누리당이 의안 표결 처리를 사실상 어렵게 한 현행 국회법, 즉 국회선진화법을 단독으로 개정하는 절차에 착수하면서 정국은 더욱 꼬여 들고 있다. 급기야 그제 박근혜 대통령이 ‘민생 구하기 입법 촉구 1000만 서명 운동’에 참여해 직접 서명하는 일까지 빚어졌다. 대의민주주의가 고장 나 파생된 일들이다. 우리는 이를 바로잡으려면 ‘선진화’라는 허울만 쓴 채 실제로는 국회를 뇌사 상태로 빠뜨린 국회법부터 고치는 게 첫걸음이라고 본다.

물론 대통령이 입법을 촉구하는 거리 서명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한 모습일 순 없다. 야당이 국정 수행을 어렵게 할 정도로 발목을 잡는다고 하더라도 마지막까지 소통하고 정치력을 발휘하는 게 정도이긴 하다. 그러나 국회의 입법 태업이 오죽했으면 이런 초유의 상황까지 초래됐겠나 싶기도 하다. 일자리 창출 등 경제 활성화 법안과 구조개혁 입법이 무한정으로 표류해 민생경제가 더 나빠진다면 최종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는 까닭이다. 국회의 입법 직무 유기가 야당이 국회선진화법을 악용하는 데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면 당연히 차제에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

국회선진화법이 다수당의 날치기와 소수당의 극한 실력 저지 과정에서 빚어진 ‘동물 국회’를 막는다는 긍정적 취지는 있다. 그러나 운용해 보니 ‘식물 국회’라는 말도 모자랄 정도로 국회를 아예 코마 상태로 빠뜨렸다. 헌법상의 과반수 다수결 원칙을 위배해 5분의3(60%) 찬성이라는 초다수결 원리를 도입한 게 화근이었다. 세계 의회사에서 유례없는 이 제도가 타협과 절충의 정치문화로 착근하긴커녕 입법 기능을 아예 마비시키면서다. 애초에 실패가 예견된 실험이었다. 국민이 선거로 선택한 다수당이 입법 주도권을 행사하고 혹여 잘못되면 다음 선거에서 심판을 받는 게 대의민주주의의 요체다. 그렇지 않고 소수당이 5분의3 의결정족수를 지렛대로 100% 입법 결재권을 행사한다고? 그러면 선거에서 여권 심판론을 제기할 명분도 없게 되는 셈이다. 야권이 4월 총선 이전에 국회법을 고치는 데 응해야 할 이유다.

다만 새누리당도 국회선진화법이란 첫 단추를 잘못 채운 원죄가 있다. 18대 국회 종반에 박근혜 당시 비대위원장과 황우여 원내대표가 현행 국회법 개정에 앞장섰지 않은가. 그렇다면 국회선진화법을 편법으로 개정하려 해서도 곤란하다. 새누리당은 그제 운영위를 단독으로 열어 법안의 정의화 국회의장 직권상정 요건을 완화해 의원 절반이 요구하면 가능하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상정해 부결시켰다. 상임위에서 부결된 안건을 다른 국회법 조항을 이용해 본회의에 올리려는 궁여지책으로 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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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렇게 해서 본회의에 오른들 야당이 또 가로막으면 처리할 수 있겠나. 의장에게 직권상정이라는 악역을 맡기기 전에 여야의 대오각성이 절실하다. 악법으로 판명된 국회선진화법을 합작한 여야가 19대 국회가 끝나기 전에 이를 결자해지하는 정공법을 택하기를 당부한다.

2016-01-2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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