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연금 갑론을박 중단하고 공론화 나서야

[사설] 국민연금 갑론을박 중단하고 공론화 나서야

입력 2015-05-06 18:08
업데이트 2015-05-06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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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소득 대비 연금지급액)을 놓고 정치권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여야가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마련하면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기로 한 합의 내용을 둘러싼 논란이다. 논란의 핵심은 ‘소득대체율을 10% 포인트 더 올리면 연금 보험료를 얼마나 올려야 하느냐’는 문제다. 연금을 더 받으려면 보험료를 더 내는 것은 당연한데 지금보다 두 배가량 올려야 한다는 주장과 단 1% 포인트만 인상하면 되니 큰 부담이 없다는 주장으로 엇갈린다.

재삼 강조하는 것은 정치권이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만들면서 국민연금을 연계시키고 구체적인 숫자까지 명시한 것은 권한의 한계를 벗어났다는 점이다. 두 연금은 다 같이 개혁 대상인 공적 연금이지만 문제의 본질은 다르다. 적자를 낸 지 오래된 공무원연금은 매년 예산에서 수조원을 보전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해야 한다. 공무원연금의 개혁 취지는 적게 내고 많이 받는 구조를 바꿔 재정 부담을 줄이자는 데 있다. 공무원연금과 달리 적게 내고 적게 받는 국민연금은 고갈에 대비해 두 차례의 개혁을 통해 소득대체율을 40%로까지 낮춰 놓은 상태다.

두 연금이 놓인 상황이 다른 만큼 접근 방식도 달라야 한다. 국민연금은 일찍 고갈될 경우 세금으로 보전할 수 없는 규모이기 때문에 매우 정교한 연금정책으로 미래의 충격에 대비해야 한다. 물론 소득대체율 40%로는 ‘용돈’에 불과하다고 할 정도로 생계비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말하자면 고갈 시기 연기와 노후 보장이라는 두 가지 가치 중에서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둘 것인지 심도 있는 논의가 따라야 한다. 그런 것을 개혁 같지도 않은 공무원연금 개혁을 하면서 국민연금 문제를 타협의 도구로 사용하는 등 졸속 처리한 것은 잘못돼도 매우 잘못됐다.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국회 통과는 논외로 하고 이 시점에서 국민연금 개혁에 대해 백가쟁명식으로 왈가왈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대체율과 보험료 인상에 대한 견해가 중구난방으로 나오듯이 국민연금 개혁은 공무원연금보다 더 복잡하고 따져 봐야 할 점이 많다. 정치인 몇 사람이 가입자들의 부담이 얼마나 늘지에 대한 얕은 지식만 갖고 시혜를 베풀 듯 정쟁을 벌일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공무원연금에서도 보았듯이 적게 내고 많이 받을 수 있는 연금은 없다. 누군가 져야 할 부담은 덮어 놓고 무조건 더 주겠다는 감언이설에 넘어갈 어리석은 국민이 아니다.

현재의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체율을 높이면 미래세대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고 세대 갈등을 촉발할 것도 너무나 뻔하다. 대체율을 40%로 유지할 것인지, 5% 포인트든 10% 포인트든, 아니면 20% 포인트든 얼마나 올릴 것인지를 논의하는 사회적 합의, 즉 공론화가 그래서 필요한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더 세밀한 재정 추계도 해 봐야 하고 가입자들이 부담을 얼마나 더 해야 하는지도 살펴서 동의를 구해야 한다. 수십 년 이후의 경제 상황을 예측하기는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추정 가능한 미래상을 그려 놓고 국민연금을 어떻게 개혁해야 할지 지금부터 찬찬히 논의해 나가야 한다.
2015-05-0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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