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중·일 정상회담, 일본의 노력에 달렸다

[사설] 한·중·일 정상회담, 일본의 노력에 달렸다

입력 2015-03-22 23:52
수정 2015-03-23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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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꽁 얼어붙었던 한·중·일 3국 관계가 모처럼 반전의 기회를 맞았다. 지난 주말 3년 만에 3국 외교장관 회의가 서울에서 열려 공동 합의문까지 도출했다. 공동 기자회견문을 통해 “모두 편리한 가장 빠른 시기에 3국 정상회의 개최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 한반도 핵무기 개발 반대에 의견을 같이하고 한·중·일 대테러 협의회 재개,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가속화를 위한 노력 등 다양한 프로젝트에 대한 합의도 있었다. 지난 3년간 한·일은 과거사 갈등과 영토분쟁 등이 겹치면서 갈등과 반목의 관계로 점철돼 온 것이 사실이다. 2011년 3월 일본 교토, 2012년 4월 중국 닝보에서 3국 외교장관회의가 열렸으나 의견 불일치 탓에 합의문을 내놓지 못한 상황에서 3국의 외교수장이 머리를 맞대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외교가에서 이번 회의를 ‘새로운 디딤돌이자 전환점’으로 보는 시각도 이런 맥락에서다. 올해 안에 정상회의가 성사된다면 3국 관계 복원은 급진전될 것이란 기대 섞인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정상회의 성사까지 너무나 많은 장애물이 놓여 있다는 의미다. 3국 외교장관 회담 직후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공식 기자회견에서 “정시역사 개벽미래”(正視歷史 開闢未來·역사를 바로 보고 미래를 연다)라는 화두를 던지면서 일본의 그릇된 역사인식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센카쿠 (중국명 댜오위다오) 영토분쟁 이후 어느 때보다 반일감정이 고조된 중국의 입장에서 일본의 역사인식 변화를 사실상 정상회담의 전제조건으로 던졌다는 것이 외교가의 대체적인 평가다.

한·일 관계와 3국관계 개선을 사실상 분리한 우리 정부도 군 위안부 문제 등으로 갈등과 반목을 거듭하는 상황에서 국민적 감정을 먼저 풀지 않고는 다른 한·일 협력사업을 진행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일본은 최근까지도 가해자로서 저지른 역사적 사실을 분식·미화하고 있어 주변국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 여기에 멈추지 않고 국제사회를 상대로 “한국과 중국이 지나치게 과거사에 집착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덧씌우는 작업을 진행하는 정황도 곳곳에서 감지된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얼마 전 일본을 방문해 “독일은 과거와 제대로 마주했기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받아들여졌다”고 강조하면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역사를 똑바로 봐야 한다”고 충고했다. 아베 총리는 이를 아직도 외면하고 있지만 정상회담 성사에 앞서 일본에는 국제사회가 주목하는 두 번의 기회가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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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26일 미국을 방문하는 아베 총리의 미 의회 합동연설과 오는 8월 종전 70주년 전후로 예정된 아베 담화가 그것이다. 두 번의 기회에서 일본이 진정성 있는 과거사 태도 변화를 보인다면 한·중·일은 올바른 역사 인식을 바탕으로 내일을 향해 공동 협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다. 그러지 못하면 동북아의 갈등과 반목은 확대 증폭될 수밖에 없다. 3국 협력체제가 동북아 지역의 평화, 안정, 번영을 위한 중요한 협력의 틀로 기능하기 위해선 전적으로 일본의 변화 여부에 달려 있다.
2015-03-2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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