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복지공약 축소, 장관 사퇴보다 靑 해명부터

[사설] 복지공약 축소, 장관 사퇴보다 靑 해명부터

입력 2013-09-24 00:00
수정 2013-09-24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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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복지정책이 이번 주 중대한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대선 공약은 곧 발표될 새해 예산안에서 기초연금 외에도 일부가 수정 반영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재정 형편 탓이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복지공약 후퇴와 관련한 불필요한 논란이 확산되지 않도록 할 책임이 있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어제 의원총회에서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의 사퇴설과 관련해 “기초연금을 후퇴시키고는 진 장관이 속죄양을 자처하면서 물타기를 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진 장관은 새누리당 정책위의장과 대통령직인수위 부위원장을 지내면서 기초연금 공약 세부안(案)을 마련하는 데 중심적 역할을 했다. 그가 사의를 표명하는 것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내년 서울시장 선거보다는 핵심 복지공약인 기초연금의 축소 시행 발표를 앞두고 정치적 책임을 지기 위한 차원으로 여겨진다. 본질적 문제는 복지공약이 재원을 감당하지 못하는 현실적 한계에 다다랐다는 사실이다.

박 대통령의 복지공약을 지키기 위해서는 연 평균 27조원씩, 5년간 135조원이 들어간다. 우리나라의 인구 고령화 속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반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노인복지 지출 비중은 1.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6.8%)의 4분의1에 불과하다. 노인빈곤율은 45.1%로 OECD 국가 중 압도적 1위다. 65세 이상 노인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하겠다는 공약의 선의는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재원이다. 공약대로 이행하려면 대통령 임기 동안 60조원이 들어간다. 그러나 정부가 확보한 총예산은 34조원으로 대선 공약보다 축소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나 국민행복연금위원회안(案)대로 시행한다 해도 9조원가량 부족하다.

이쯤 되면 ‘증세 없는 복지’ 실행을 위해 공약을 수정하든, 공약 고수를 위해 증세를 하든 선택을 하는 게 불가피하다. 경기가 살아나 세금이 많이 걷히면 좋겠지만 세계 경제 여건은 녹록하지 않다. 재계는 지하경제 양성화에 따른 고강도 세무조사로 바짝 엎드려 있다. 올해 7월까지 국세 수입은 8조원 가까이 줄었다. 경기 관련 세금인 법인세와 부가가치세 감소 탓이 크다. 쥐어짜기식 세무조사가 경기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 봐야 한다.

청와대는 진 장관 사퇴설과 맞물려 제기된 기초연금 공약 후퇴에 대한 여론 흐름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불편한 진실’ 앞에 서 있는 셈이다. 새해 복지예산은 처음으로 100조원을 돌파할 게 확실시된다. 복지는 한 번 늘리면 되돌리기 어려운 속성이 있다. 최대한 신중히 추진해야 할 이유다. 진 장관의 사퇴로 복지공약의 축소 문제가 해결되기는 어렵다. 박 대통령은 진솔하게 국민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불가피한 정책 변경에 대해 사과를 하는 방법으로 돌파구를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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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2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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