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곽노현 구하기법’ 국민 동의 얻을 수 있겠나

[사설] ‘곽노현 구하기법’ 국민 동의 얻을 수 있겠나

입력 2012-07-06 00:00
수정 2012-07-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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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 의원들이 그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에게 적용된 ‘후보자 사후매수죄’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로 해 논란을 낳고 있다. 최재천 의원 등이 추진하는 개정안에는 선거법 232조 ‘후보자에 대한 매수’ 조항에 ‘선거에 영향을 끼칠 목적으로’라는 문구가 추가돼 있다. 이 문구가 들어가면 선거 이후에 돈을 주고받은 행위에 대해서는 처벌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곽 교육감의 경우, 사퇴한 후보에게 사후에 돈을 줬어도 선거에 영향을 끼칠 목적이 아니었다고 하면 그만이다. 소급 적용까지 하겠다니 누가 봐도 ‘곽노현 구하기법’이라고 밖에 해석할 수 없다.

최 의원은 “선거의 공정성을 해치는 정치적 야합과 정치적 연대를 구분하자는 취지”라고 주장한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경쟁자인 힐러리 클린턴의 선거 비용을 인수해 정치적 협력관계를 구축한 것을 ‘선한’ 사례로 들기도 했다. 하지만 눈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 결코 선진적이지 못한 우리 정치문화의 수준을 직시해야 한다. ‘선거에 영향을 끼칠 목적으로’ 돈을 줬다고 선선히 말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선거와 검은 돈의 함수관계를 누구보다 잘 알 만한 국회의원들이 다짜고짜 멀쩡한 법을 고치겠다고 나서는 것은 국민을 너무 만만하게 보는 처사다. 사실상 사후매수행위를 처벌하지 말자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입법 취지가 분명하고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법을, 적용된 사례가 없다고 뜯어고치자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법적 안정성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법을 만들고 고치는 것은 국회의 고유 권한이다. 그러나 특정 목적을 갖고 특정인을 위해 법을 ‘자의적으로’ 고칠 권한까지 주어진 것은 아니다. 끝내 ‘꼼수법안’의 유혹을 떨쳐버리지 못한다면 국민적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곽 교육감은 2010년 교육감선거에서 경쟁 후보자를 매수한 혐의로 1심과 2심에서 각각 벌금형과 징역형을 선고받고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이에 영향을 미치겠다는 불순한 의도라도 있는 것인가. 그게 아니라면 ‘입법권 남용’이라는 법조계 안팎의 지적을 겸허히 수용해 위험한 발상을 거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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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0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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