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어제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2박 3일간의 북한 방문 결과를 설명했다. 그는 전직 국가수반 모임인 디 엘더스(The Elders)의 다른 회원 3명과 함께 북한을 찾았으나, 방북하기 전 일반적인 예상대로 별 성과는 없는 듯하다. 카터는 방북에 앞서 지난 25일 중국 베이징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후계자인 김정은을 만나고 싶다는 뜻을 밝혔지만, 김 위원장을 만나지 못했다. 그는 지난해 8월 인질 석방을 위해 방북했을 때에도 김 위원장을 만나는 데에는 실패했다.

1994년과 지난해에 이어 북한을 세 번째로 방문한 카터의 행보와 언행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그는 방북하기 직전 “한국이 현재 북한에 식량 지원을 중단한 상태에서 아동·임산부 등 식량 부족으로 심각한 영향을 받는 북한 사람들이 있다.”며 북한의 식량난 책임을 한국에 돌렸다. 상식과는 거리가 먼 말이다. 오죽했으면 북한 자유주간을 맞아 한국을 방문한 수잰 숄티 미국 디펜스포럼 대표가 “카터 전 대통령이 식량 부족 문제를 이명박 정부 탓으로 돌린 것은 그의 무지를 드러낸 것”이라며 “북한 식량 문제의 근본적 원인은 김정일 정권의 실패한 경제정책과 구호식량 전용 때문”이라고 지적했을까.

카터는 또 “북한은 안전보장 없이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김 위원장의 대변인 역할을 했다. 주민들을 굶주리게 하고, 핵도 포기하지 않은 김정일 정권이 긍정적으로 변화하도록 하기는커녕 북한의 기존 입장만 대변한 셈이다. 남북 대화든, 6자회담이든 북한의 진정성이 전제돼야 성과도 있고 식량지원도 재개될 수 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이 사설에서 밝혔듯 카터의 용도는 끝난 듯하다. 카터는 북한에 놀아나거나 이용만 당하는 ‘북한 장사’를 접고 조용히 있는 게 남북 관계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