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풀어 주택을 짓는 방안이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청와대와 국토해양부는 비닐하우스·축사·창고 등이 지어져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서울 근교 그린벨트 구역을 주택용지로 개발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라고 그제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집없는 서민들이 집을 가질 수 있는 획기적인 주택정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파문이 일자 청와대 등은 “현재로서는 그린벨트 해제 계획이 없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린벨트 해제 같은 중요한 국토이용 계획을 놓고 오락가락하는 모습은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본다.
그린벨트 해제 혼선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넘기기 어렵다. 이 대통령은 6개월 전에도 그린벨트 해제를 거론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에게 헬기를 타고 서울근교 상공을 돌아보라고 지시했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면 서울 근교 그린벨트에는 비닐하우스만 있으며, 이를 활용하면 굳이 신도시를 만들어 국토를 황폐화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9월에도 이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에서 그린벨트 해제를 거론하자 정부는 부인하다가 열흘 만에 수도권 그린벨트 78㎢ 해제를 전격 결정하지 않았는가.
서민에게 내집 마련 기회를 준다는 의도는 좋지만 그린벨트를 해제해 주택을 공급하는 데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린벨트 해제는 환경 파괴와 수도권 밀집화는 물론이고 수도권에 부동산 투기 광풍을 불러올 소지가 많다. 시중에 넘쳐나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는 유동성이 그린벨트로 몰려들 게 뻔하다. 그러잖아도 불이 붙어있는 부동산 가격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 될 것이다.
2009-08-1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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