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 재판을 둘러싼 서울중앙지법의 편파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8건의 사건을 보수성향의 한 부장판사에게 몰아주기식으로 배당했을 뿐 아니라, 즉결사건 판사에겐 엄벌을 요구하고 구속영장 담당 판사에게는 기각사유를 바꾸도록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법원은 양형의 차이를 줄이기 위해 비슷한 사건들을 한 재판부에 배당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라며 눈치보기나 외압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16명의 단독판사 가운데 13명이 한자리에 모여 이의를 제기했다는 것만으로도 법원장을 비롯한 수뇌부의 행위는 잘못된 것이다.
판사들이 집단행동을 한 것은 문제가 그만큼 심각했기 때문이다. 부장판사의 성향에 대해 사전에 알지 못했다는 해명은 궁색하다. 8건의 선고 형량도 예상보다 높았다는 평가가 많다. 자동배당 방식으로 바뀐 뒤 첫 사건을 맡은 박재영 판사가 안진걸 ‘광우병 국민대책위’ 조직팀장을 보석으로 석방하고 집시법에 대해 위헌심판을 제청한 뒤 사직한 것도 ‘촛불재판’에 비판적이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법원장이었던 신영철 대법관은 판사들에게 외부에는 알려지지 않도록 해 달라며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제는 판사들의 건의를 수용한 것일 뿐이라고 말을 바꿨다고 한다.
대법원은 어제 사법부 독립에 의구심을 갖게 하는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 진상조사에 나서기로 했다고 한다. 차제에 사건을 특정 재판부에 임의로 배당할 수 있도록 한 대법원 예규를 바꾸는 등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
2009-02-2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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