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통분담 없는 비정규직 해법은 없다

[사설] 고통분담 없는 비정규직 해법은 없다

입력 2005-01-26 00:00
수정 2005-01-26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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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이 어제 분야별 사회협약 체결을 추진한다고 밝히면서 그 하나로 일정기간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 인상률을 정규직의 2배로 책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실현 가능성은 둘째 치고 발상 자체가 참으로 신선하다.

현재 비정규직은 전체 노동자의 37%인 540만명(노동계 기준으로는 56%에 816만명) 수준이다. 정부 주장대로 37%만을 인정하더라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이다. 게다가 1년에 80만명씩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 현실이 이러한데도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진전을 보지 못한 까닭은 정부와 재계, 노동계가 주장하는 해법이 각각 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법이란 달리 있는 게 아니다. 결국은 많이 가진 쪽에서 양보하는 수밖에 없다. 곧 대기업과 정규직 노조가 제 몫을 줄여 비정규직에게 얹어 주는 길 뿐이라는 뜻이다.

이와 관련, 우리는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가계와 기업의 성장 양극화 현상’을 새삼 주목하게 된다. 이에 따르면 2000∼2003년 개인의 실질소득 증가율은 0.3%에 그친 반면 기업은 62.6%나 증가했다. 기업에 쌓인 여윳돈이 훨씬 많으므로 기업이 더욱 많이 양보하는 게 당연하다. 정규직 노조가 감당할 부분도 작지 않다. 같은 현장에서 동일한 일을 하면서 비정규직의 임금이 정규직의 61% 수준이란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동료 노동자의 희생을 바탕으로 자신의 배를 불리는 것 아닌지 고민해야 한다.

여당이 내놓은 ‘비정규직 임금 2배 인상’안을 재계와 노동계가 그대로 따르라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방법이 제시된 만큼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기 바란다. 그 바탕에는 고통 분담 없이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공통된 인식이 있어야 할 것이다.

2005-01-26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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