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어른 울린 결식아동의 감사편지

[사설] 어른 울린 결식아동의 감사편지

입력 2005-01-15 00:00
수정 2005-0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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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하기 짝이 없는 도시락을 받고도 감사의 편지를 쓴 천진난만한 동심이 어른들을 두 번 울린다. 단무지, 메추리알, 건빵 몇 조각 등이 고작인 도시락 사진을 보고 어른들은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수치와 분노를 느꼈다. 이런 음식을 먹고도 어린이들은 도시락을 갖다 준 자원봉사자들에게 정성어린 쪽지를 남겼다.“아주 감사히 잘 먹었습니다.”“즐거운 성탄절 보내시고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어른들은 또한번 가슴이 미어진다. 사회는 무심하고 메말랐는 데도 아이들은 수정처럼 맑은 마음을 갖고 있었다. 이런 아이들의 눈망울을 조금이라도 그려봤다면 그처럼 엉터리 도시락을 만들어 배달하게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부실도시락 파문이 커지자 보건복지부와 지자체, 여당 등은 대책 마련에 부산을 떨고 있다. 급식단가를 올리고 식사를 제공하는 지역공부방에 대한 예산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문제는 돈이 아니다. 같은 2500원이라도 어떻게 하면 푸짐하고 따스한 도시락이 될 수 있는지 누구나 알고 있다. 사랑이다. 해당 공무원과 도시락 공급업체, 결식아동을 이웃으로 둔 우리 모두의 관심이다.

차제에 복지행정의 기본철학과 구조 재점검부터 시작해야 한다. 여당에서는 공무원과 급식업체에 대한 사법처리 얘기까지 나왔다. 유착이나 폭리가 있었다면 마땅히 응징해야 하지만 일시적 처벌만으로 될 일이 아니다. 살아있는 행정·감독 시스템 구축, 한참 형성되고 있는 자원봉사 및 기부문화의 활성화 등 할 일이 많다. 이번 파문이 결식아동을 넘어 노인, 생활보호대상자 등 극빈층 복지시스템을 재정립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2005-01-15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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