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복궁 관람료 3배 인상 지나치다

[사설] 경복궁 관람료 3배 인상 지나치다

입력 2004-12-15 00:00
수정 2004-12-15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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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경복궁의 관람료가 1000원에서 3000원으로 오른다고 한다. 일제(日帝)가 조선의 혼을 말살하기 위해 궁궐들을 모두 시민공원화했으므로 정궁(正宮)인 경복궁만이라도 권위를 높이기 위해 관람료를 대폭 올린다는 논리다. 이 논리를 위해 문화재청은 창경궁·덕수궁·종묘는 현재처럼 관람료를 1000원으로 묶겠다고 발표했다.

조선정궁의 권위를 살린다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일제가 그랬으므로 관람료를 인상해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곳’으로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선조들이 남긴 궁궐에 후손들이 쉽게 들러 그 혼과 삶의 족적을 함께할 수 있으면 좋은 것이지 일제가 그리 생각했으므로 고쳐야 한다는 발상은 편협하고 자학적이다. 관람료가 3000원이면 국민의 절반쯤은 경복궁 들어가기를 망설이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 근로자의 절반이상이 비정규직이고, 사실상의 실업자가 350만명에 달하지 않는가. 문화재청은 더구나 무료였던 고교생까지는 요금의 절반, 절반만 받던 24세이하는 성인과 똑같이 입장료를 받겠단다. 의무교육을 늘릴 판에 국사교육의 좋은 교재인 경복궁에 대한 접근자체를 없는 집 자녀에게서 뺏는 것이나 다름없다.

조선정궁의 품격을 높이는 일은 문화재청이 해야 할 일이고, 시민들은 더 자유롭게 찾게 해야 한다. 경복궁의 바로 그 상징성 때문에 없는 집 사람들이 받을 상처는 돈으로 환산하기 어렵다. 부자들만 들어와야 정궁의 품격이 살아나는 것이 아니라면, 차라리 인원수를 제한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관람료를 올리더라도 학생들에겐 예전처럼 무료나 절반만 내게 하는 것도 그나마 나은 접근법이다.

2004-12-15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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