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 우리말] 서슴지와 익숙지/오명숙 어문부장

[똑똑 우리말] 서슴지와 익숙지/오명숙 어문부장

오명숙 기자
입력 2020-08-19 20:10
수정 2020-08-20 01:25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예나 지금이나 ‘겁 없는 10대들’의 이야기가 심심찮게 기사화된다. ‘겁 없는 10대 무면허에 절도 행각 서슴치 않아’, ‘살인까지 서슴치 않는 10대들의 범죄’ 등등.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머뭇거리며 망설이다란 의미의 동사는 ‘서슴다’이다. 주로 ‘서슴지’ 꼴로 ‘않다’, ‘말다’ 따위의 부정어와 함께 쓰인다. 하지만 ‘고심하다’, ‘괘념하다’ 등이 어미 ‘-지’와 결합할 때 ‘-하-’의 ‘ㅏ’가 탈락하고 ‘ㅎ’이 다음 음절의 첫소리와 어울려 ‘고심치’, ‘괘념치’로 바뀌는 것과 연관 지어 ‘서슴치’가 바른 표기라고 생각하는 이가 많다. 하나 ‘서슴치’가 되려면 기본형이 ‘서슴하다’여야 한다. 따라서 ‘서슴다’가 어미 ‘-지’와 결합하면 ‘서슴지’가 된다.

‘삼키지 않고 입속에 넣고만 있다’, ‘눈물을 흘리지 않고 지니다’란 뜻의 동사 ‘머금다’ 역시 “오래 머금치 마라”, “습기를 머금치 않아 다행이다”처럼 활용해선 안 된다. ‘기본형이 ‘머금다’이므로 어간 ‘머금-’에 ‘-지’가 붙은 꼴로 ‘머금지’로 적어야 한다. 이 규칙대로라면 ‘익숙하다’나 ‘넉넉하다’도 ‘익숙치’나 ‘넉넉치’로 써야 할 듯하지만 이때는 ‘익숙지’, ‘넉넉지’로 쓴다. 이는 울림소리(모음·ㄴ·ㄹ·ㅁ·ㅇ) 뒤에선 ‘-하-’의 ‘ㅏ’만 줄어들고 안울림소리(ㄴ·ㄹ·ㅁ·ㅇ을 제외한 자음) 뒤에선 ‘-하-’ 전체가 줄어드는 현상 때문이다. 즉 ‘수월하다’가 어미 ‘-지’와 결합하면 ‘수월치’로, ‘익숙하다’가 ‘-지’와 결합하면 ‘익숙지’로 쓴다.

oms30@seoul.co.kr

2020-08-20 2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유튜브 구독료 얼마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나요?
구글이 유튜브 동영상만 광고 없이 볼 수 있는 ‘프리미엄 라이트'요금제를 이르면 연내 한국에 출시한다. 기존 동영상과 뮤직을 결합한 프리미엄 상품은 1만 4900원이었지만 동영상 단독 라이트 상품은 8500원(안드로이드 기준)과 1만 900원(iOS 기준)에 출시하기로 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적절한 유튜브 구독료는 어느 정도인가요?
1. 5000원 이하
2. 5000원 - 1만원
3. 1만원 - 2만원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