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연숙칼럼] ‘풀뿌리’ 이대로 뽑혀선 안된다

[신연숙칼럼] ‘풀뿌리’ 이대로 뽑혀선 안된다

입력 2006-06-08 00:00
수정 2006-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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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1지방선거가 ‘무능정권’을 통쾌하게 ‘응징’하고 막을 내렸다.‘대선 때 잘못 행사한 한 표 때문에 손등을 찍고 있다.’던 많은 사람들이 이번에는 ‘명석한 판단’을 자신하며 투표장을 나왔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번 한 표 때문에 또다시 4년간 손등을 찍어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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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숙 논설실장
신연숙 논설실장
자치단체장도, 그를 견제해야 할 의회 의원도 특정 정당의 수중에 넘어가, 지역 살림을 어떻게 말아먹든 시비 걸 장치조차 무력화돼버렸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선거는 겨우 싹트고 있던 생활정치, 풀뿌리 민주주의를 짓이겨버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기초의회에까지 정당공천제가 도입돼 당대결 구도가 되는 바람에 순수한 지역 일꾼들이 줄줄이 나가 떨어져야 했던 것이다.

우리 마을, 내 고장 살림을 꾸릴 일꾼까지 중앙정치인들에게 좌지우지되는 현상은 정상적인 것이 아니다. 지방자치의 취지는 지역에 사는 풀뿌리 주민들의 의사를 지역정치에 반영하라는 데 있지 않았던가. 지난 4년간 구의원으로서 알차게 활동하고도 낙선한 한 후배와의 대화는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무엇이며, 그래도 왜 풀뿌리민주주의의 희망이 무모하기만 한 것은 아닌지를 느끼게 해주었기에 여기에 소개한다.

패배를 예상했나.

-지난 4년간 열심히 했기에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정당공천제는 정당을 통하지 않고 풀뿌리민주주의 활동을 하려는 사람에게는 장애물이다. 정당 후보는 예비후보등록을 한 3월19일부터 번호를 부여받았지만 무소속은 정식등록을 한 5월17일에야 처음 번호를 받고 선거운동을 할 수 있었다. 출발부터가 불리했다. 생활정치를 실천하며 연대했던 현역 10명 중 9명이 낙선했다.

정당공천을 받지 그랬나.

-4년간 정당에 뿌리를 둔 이들의 폐해가 어떤 것인지를 지켜봤기에 공천받을 생각을 안 했다. 당선자들 다 아는데 동네 이권에나 개입하던 사람들이다. 생활정치보다 국회의원 충성도 순으로 공천받았다.

지난 4년간 기억에 남는 활동은.

-서울시내 중학교에서 처음으로 직영급식을 실시하게 했다. 서울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주5일 근무제로 생긴 ‘놀토’에 어린이마을학교를 엄마들과 같이 운영하기도 했다. 지역현장에는 낮동안엔 여성들이 많다. 여성들이 생활밀착정치를 하기에 유리하다.

그런데도 표로 연결이 안 됐나.

-구의원후보가 나서 무능정부 심판하자고 하는데 무슨 얘기가 통하나. 후보가 너무 많은 것도 문제다. 선거공보가 30개가 넘었다. 읽어봤다는 사람 10%도 안 됐다. 투표 전날까지 도장 어섯번 찍는 것도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투표방법 알려주는 게 선거운동이었다.

유급제에 대한 생각은.

-이런 현실에서 예산낭비 아닌가. 유급제 논리는 그만큼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제 한통속이니 예산은 예산대로, 월급은 월급대로 나갈 것 아닌가.

앞으로는 뭐하나.

-지역에서 무엇이 필요한지 알기 때문에 예서 멈출 수는 없다. 주민의 자치활동이 워낙 미약해 노력하려 한다. 그래도 의회에 견제세력이 나타날 것이다. 지역주민이 받쳐줘야 한다.

낙담하지 않는 그녀에게서 풀뿌리의 힘이 느껴졌다. 우리는 어떻게든 풀잎을 일으켜 세워야 한다. 기초의회 정당공천제 폐지든 선거방식과 방법의 개혁이든, 지방자치제도가 더 이상 왜곡되지 않도록 논의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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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hin@seoul.co.kr
2006-06-08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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