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성진 칼럼] 공동선을 위한 마지막 보루, 양보와 타협

[손성진 칼럼] 공동선을 위한 마지막 보루, 양보와 타협

손성진 기자
입력 2015-12-09 18:02
수정 2015-12-09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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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투쟁이다. 여야가 싸우고 야당은 내분으로 붕괴 직전이다. 과격 노조는 폭력을 써서라도 뜻을 관철하려 한다. 로스쿨 학생들과 사시생들은 사생결단의 태도로 맞붙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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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진 논설실장
손성진 논설실장
“인간은 자유롭고 평등하여 생존을 위해서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지만 각자 그 권리를 무한히 추구하면 결과적으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라는 상태가 된다.” 절대군주제를 옹호하기 위한 토머스 홉스의 이 이론이 시대착오적으로 들리지 않는 시국이다.

따지고 보면 현시점의 혼돈은 공통의 목표, 구심점이 없는 데서 비롯된 듯하다. 일제강점기에는 독립, 1970년대까지는 가난 탈출이라는 뚜렷한 목표가 있었다. 2015년 현재의 목표는 무엇인가. 선진국 진입일까, 통일일까.

이제 우리 사회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지 않는다. 세상은 뻗어 나가는 나무뿌리처럼 다원화됐다. 천 갈래 만 갈래다. 하나의 주의(主義), 하나의 깃발 아래 모이지 않는다. 또한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됐다고 끝이 아니다. 부(富)는 균등하게 분배되지 않고 경기는 코사인 곡선처럼 출렁거린다. 자본주의의 속성이기도 하다.

목하 목숨을 걸고 대결하는 중이다. 여와 야, 노()와 사(使), 노()와 소(少), 동과 서, 남과 북, 좌와 우, 부와 빈, 도(都)와 농(農)…. 모두 기득권을 빼앗기지 않고 조금의 손해도 보지 않으려고 아등바등 다툰다.

이대로는 공멸이다. 서로 공격하다 같이 치명상을 입고 다시 일어서지 못할 수도 있다. 공멸하지 않으려면 당장 대결을 중단해야 한다. 우리는 외환위기라는 절체절명의 순간 공멸의 위험에서 용케 빠져나온 경험이 있다. 반발이 없지 않았지만 공생 의식은 충만했기에 가능했다.

공생은 양보와 타협 없이는 불가능하다. 양보와 타협이란 일방의 고집이 있는 한 달성할 수 없다. 노동계는 막무가내로 정부의 정책에 반기만 들어서는 안 되고 정부는 노동자들의 힘겨운 현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외환위기는 노동계가 그토록 반대했던 구조조정을 하지 못했다면 극복하기 어려웠다. 구조조정이 없었으면 결과는 공멸이었을 것이다.

각자의 사익 추구는 사회의 와해, 국가의 패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공동선(共同善·common good)을 위해 한발씩 물러설 줄 알아야 한다. 공동선은 공동체 전체의 이익이란 뜻이다. 다원화된 사회를 움직이는 핵심적인 원리다.

일찍 고령화를 접한 스웨덴은 노년 세대가 양보해 ‘낸 만큼 받는다’는 모범적인 연금 개혁을 완수했다. 영국·독일 등 유럽 국가들이 노동개혁에 성공해 성장을 이끌어 낼 수 있었던 것은 노사정(使政)이 조금씩 물러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언뜻 케케묵은 듯한 양보와 타협의 가치는 현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양보와 타협은 정치의 원리, 또는 원점이라고들 한다. 양보의 결과물이 타협이기도 하다. 각자의 이익을 좇았던 주(州)들의 양보와 타협이 없었으면 연방국가 미국은 탄생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알린스키에 따르면 타협은 전체주의로부터 민주주의를 지켜 주는 보루와 같다.

목표가 모호한 사회는 필연적으로 분열된다. 국가는 새 지향점을 만들어야 한다. 통합은 말로만 되는 것은 아니다. 대결의 주체들이 일심동체가 되도록 국가적 어젠다를 만들어야 한다. 공동선을 위해 정부가 할 일도 적지 않다. 이기적인 구성원들을 윽박지를 것만이 아니라 한마음이 되도록 이끌어야 한다.

양보와 타협의 선봉에 서야 하는 게 정치, 정치인들이다. 사회 전반의 갈등을 의회 내로 끌어들여 해소할 책임이 그들에게 있다. 그러나 도리어 갈등의 도화선이 되고 있으니 답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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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보와 타협은 비굴한 게 아니다.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하여 함께 살아가자는 말이다. 패배가 아니라 승리다. 다 함께 죽는 길을 피해 같이 사는 길을 찾아냈기 때문이다. 작금에 투쟁하고 있는 대결의 주체들이 자기중심적인 이기심에서 벗어나 공생의 길을 모색할 때다.
2015-12-1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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