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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면 칼럼] 가치전쟁 시대의 지혜

[김종면 칼럼] 가치전쟁 시대의 지혜

입력 2014-01-02 00:00
업데이트 2014-0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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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면 수석논설위원
김종면 수석논설위원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른다. 그런데 우리에게 정말 오늘과 다른 내일이 있긴 있는 것인가. 구름이 태양을 가릴 수는 있어도 없앨 수는 없으니 내일도 태양은 우리를 비출 것이다. 그러나 곳곳서 터져 나오는 분노의 목소리는 잦아들 줄 모른다. ‘국민통합 100% 대한민국’은 어디 갔나. 불신과 분열이 괴물처럼 자라나는 갈등공화국에 우리는 살고 있다. 어둠을 몰아내는 저 맑고 밝은 태양조차 검게 다가오는 우울한 시절이다.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공방은 꺼지지 않는 불씨로 남아 있다. 한국사교과서를 놓고 도그마의 노예가 돼 치고받고 싸운다. 최악의 철도파업으로 국민 감정의 골은 파일 대로 파였다. 이 모든 걸 공공의 선을 위한 ‘가치전쟁’으로 치부하고 넘어가기엔 우리의 상처가 너무 크다. 무엇을 위한 전쟁인가. 그 속을 들여다보면 아니나 다를까 특정 집단, 혹은 진영을 위한 오만과 편견의 ‘이익투쟁’이 똬리를 틀고 있다. 허망하다. 민영화를 둘러싼 이번 철도파업도 예외가 아니다.

정부는 철도파업에 대처하며 진정으로 가치 있는 일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단단한 결기를 보였다. 경쟁체제 도입을 통한 철도경영 개선을 양보할 수 없는 가치로 내세웠다. 가치전쟁을 선언한 것이다. 민영화 저지를 통한 철도 공공성 확보를 지상의 가치로 삼은 철도노조 또한 마찬가지다. 적어도 외견상으론 드높은 가치와 가치의 싸움이었다. 그 같은 진정한 의미의 가치투쟁이라면 당연히 사(私)가 끼어선 안 된다. 그런데 개인의 욕망이 들끓었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경쟁 시대임에도 철도노조는 한사코 경쟁을 거부했다. 철도의 공공성은 누구나 인정한다. 그러나 ‘무경쟁의 안일’ 속에 ‘철밥통의 행복’을 누리려 하는 것은 결코 인정할 수 없다는 게 여론이다. 가치전쟁은 곧 명분싸움이다. 명분에서 지면 설 땅이 없다. 물러설 곳이 없을 때 자신을 돌아본다고 했다. 국민으로부터 지탄받는 기득권이 있다면 그것부터 내려놓고 스스로 개혁의 자세를 가다듬은 연후에 민영화 반대투쟁을 해도 해야 할 것이다.

철도파업은 끝났지만 확실하게 매듭지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국회로 공이 넘어가 공론의 장이 새로 마련됐을 뿐 갈등은 풀리지 않았다. 철도파업의 본질은 ‘민영화 프레임’이다. 노도 사도 정부도 검질긴 프레임의 덫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철도개혁은 이제부터다. 그런 만큼 정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철도파업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응은 여러모로 미숙했다. 정부가 초장부터 강경대응 기조를 일관되게 유지해 불법파업으론 얻을 게 없다는 선명한 교훈을 남긴 것은 그나마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철도민영화 반대 목소리를 낸다고 댓바람에 7000명이 넘는 코레일 직원을 직위해제한 것은 위하(威?)의 효과는 거뒀을지 모르지만 지나쳤다. 단호하되 유연하게 대처했어야 했다. 가치전쟁은 승자도 패자도 없이 모두 하나가 됨으로써 완성되는 것이다. 완승의 유혹에 빠지면 안 된다. 내부의 적을 양산하며 국민행복시대를 열어갈 수 없다.

철도만이 아니다. 공공부문 전반에 대한 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 과제다. 정부는 공공개혁 가치전쟁에 승부를 걸라. 결국 모든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일부 장관들이 철도파업 당시 보여준 무소신 행태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노사관계를 책임진 고용노동부 장관이 “잘못 얘기했다간 제3자 개입 문제가 된다”며 모르쇠를 자청하는 형국이니 내각의 격마저 의심스럽다. 좋은 말은 채찍 그림자만 봐도 달린다. 채찍을 아무리 휘둘러도 멀거니 먼 산만 바라보는 말은 말도 아니다. 눈먼 말 같은 복지부동 장관들과 함께 험난한 가치전쟁의 시대를 헤쳐나갈 수는 없다. 시장에서 평가가 끝난 인사는 하루빨리 바꾸는 게 상책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혁신적인 개각으로 집권 2년차 첫 문을 열었으면 한다. 다시 씨를 뿌리는 마음으로 새로운 소통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바란다.

jmkim@seoul.co.kr
2014-01-0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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