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LH 사태 해결, 자성과 대책 마련이 먼저/한준규 사회2부장

[데스크 시각] LH 사태 해결, 자성과 대책 마련이 먼저/한준규 사회2부장

한준규 기자
입력 2021-03-18 17:34
수정 2021-03-19 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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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규 사회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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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파문에 민심이 들끓고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 LH에서 시작된 의혹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을 넘어 여야 정치권으로 번지면서 우리 사회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신도시 건설 과정이 ‘투기판’이라는 의혹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서울 강남의 부자 등 돈 있고 힘깨나 쓴다는 사람들의 ‘놀이터’라는 소문을 못 들었던 국민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LH 투기 사건의 파장은 분명히 이전과 다르다.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광분하게 만들었을까. 그것은 문재인 정부가 외쳐 댔던 ‘정의’와 ‘공정’에 대한 상실감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광화문부터 서울시청 앞을 가득 메웠던 촛불들에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 만들겠다고 몇 번이나 공언하고 약속했다. 우리는 대통령의 약속을 믿고 또 믿었다. 우리 사회가 공정하고 정의롭게 변하는 희망을 꿈꿨다.

하지만 많은 국민은 조국 사태와 집값 폭등을 겪으면서 희망이 헛된 꿈이었음을 깨달았다. ‘부모 찬스’에 좌절했고, ‘억’ ‘억’ 하고 오르는 집값에 또 좌절했다. 아무리 열심히 일하고 저축해도 자고 나면 오르는 집값에 내 집 마련의 꿈을 포기했다. 부동산 규제 정책에서 대규모 공급 정책까지 25번의 대책을 내놓는 정부를 믿고 기다렸던 국민은 결국 ‘월세 난민’으로 전락하고 수도권 외곽을 떠도는 신세가 돼 버렸다. 얼마 전 “2년 만에 폭등한 집값을 보면서 ‘아~ 이제 나는 평생 집을 사지 못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는 친구의 고백에 가슴이 저렸다. 아무리 노력하고 저축해도 우리 가족이 편히 쉴 수 있는 집 한 칸 장만하지 못한다는 상실감이 50대 평범한 가장을 짓누르는 것이 우리 사회가 직면한 현실이다. 또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청년들은 이미 오르지 못할 나무가 돼 버린 내 집 마련의 희망을 버렸다.

여기에 LH 직원의 투기는 국민의 좌절과 상실감을 ‘분노’로 키웠다. 신도시 토지 보상을 담당하는 공기업의 직원들이 앞다퉈 투기에 나섰고, 보상을 더 받기 위해 ‘용버들’ 신공까지 서슴지 않는 행태에 ‘공정’과 ‘정의’를 믿었던 국민은 실망을 넘어 정권에 ‘분노’하고 있다.

정부는 ‘발본색원’, ‘부동산 적폐’,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 등 서슬 퍼런 단어를 소환했고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를 했다. 또 정치권은 4·7 보궐선거를 앞두고 LH발 투기 파문을 정쟁으로 끌어들였다. ‘너도 했잖아. 우리는 깨끗해’라며 수사 대상도 명확지 않은데 ‘특검’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의식주의 해결은 우리의 기본 욕구다. 달콤한 사과와 국토부 장관 손절, 공직자 몇 명의 마녀사냥으로 국민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무너진 정의와 공정을 바로 세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동산 정책의 실패에 대한 인정과 자성이 먼저다.

또 특검이나 경찰 수사로 투기꾼을 찾아내는 것보다 LH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대대적인 제도 마련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농지 취득 강화와 농지 취득으로 얻은 부당 이익 환수, 주택·토지 업무 관련자의 부동산 취득 제한 등 부동산 투기의 원천 봉쇄를 위한 전방위적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최근 “투기꾼을 일벌백계로 다스리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면서도 “(LH 투기)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원한다면 그런 식으로 여론을 조성해서는 안 되고 LH 사태가 재발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드는 근본적인 제도 개혁에 논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은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에 살 권리가 있고, 정부는 그런 사회를 만들 의무가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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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hi@seoul.co.kr
2021-03-1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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