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김영란법 시대에 골프가 살아남는 법/조현석 체육부장

[데스크 시각] 김영란법 시대에 골프가 살아남는 법/조현석 체육부장

조현석 기자
조현석 기자
입력 2016-10-03 23:04
수정 2016-10-04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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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석 체육부장
조현석 체육부장
고건 전 국무총리의 관운(官運)은 대한민국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화려하다. 서른일곱 살에 전남도지사를 시작으로 교통부, 농림부, 내무부(현 행정자치부) 장관에 이어 서울시장과 국무총리를 두 번씩 지냈다. 평생을 공직에 몸담은 그는 구설에 오른 적이 거의 없을 정도로 자기 관리에 철저했다. 고 전 총리는 2003년 두 번째 총리로 재직할 당시 그의 남다른 관운에 대해 에둘러 소개하곤 했다. 그는 한때 골프를 무척 좋아했지만 농림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1981년 이후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 골프장으로 가기 위해 시골길을 달리던 중 길이 막혀 이유를 알아보니 가뭄으로 갈라진 논밭에 물을 대기 위해 새벽같이 양수기를 싣고 가던 농민이 교통사고를 당해 사고 처리를 하느라 길이 막힌 것이다. 농민들은 가뭄에 고생하고 있는데 주무 장관이 한가롭게 골프를 치고 있다는 생각에 그 길로 차를 돌리고 평생 골프장에 발길을 끊었다고 말했다. 이후 사회지도층이나 공직자들이 업무 청탁을 대가로 골프 접대와 향응 제공을 받았다는 소식을 전해들을 때마다 고 전 총리의 이야기가 머릿속에 떠오른다.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으로 인해 골프장 등 골프산업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접대 문화’를 이끌었던 기업들이 몸을 움츠리면서 전국 골프장 예약이 크게 줄어 울상이라는 소식이다. 공직자 등을 상대로 한 골프 접대는 ‘편의 제공’에 해당돼 ‘3(식사)·5(선물)·10(경조사비)만원 이하’와 상관없이 원천 금지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골프가 김영란법을 계기로 ‘불건전한 접대’, ‘은밀한 거래 수단’이라는 그동안 오명을 벗고 골프 대중화를 이룰 최대 기회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장기적으로는 골프장이 부유층만을 위한 사치스런 공간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여가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스포츠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이다.

당분간 일시적으로 혼란이 있겠지만 골프장에도 비용을 각자 지불하는 ‘더치페이’ 문화가 정착되고, 이로 인해 골프장에 대한 국민들의 건전한 인식이 생겨 골프를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선이 사라질 것이라는 말이다.

김영란법 시대에 골프장이 살아남으려면 골프산업이 새로운 변화에 맞춰 거듭나야 한다는 지적이다. 골프장은 누구나 부담없이 갈 수 있도록 그린피를 낮추고, 캐디·카트 선택제 등으로 골프장 문턱을 낮춰야 한다. 국내 골프장의 그린피가 비싸고 부킹이 어려워 해외로 빠져나가는 골퍼들의 발길을 잡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미래에 대한 투자도 필요하다. 젊은층의 외면으로 사양길을 걷고 있는 일본 골프장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젊은이들도 골프장을 찾을 수 있도록 골프장 스스로 다양한 유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현재 성인과 똑같은 유소년들의 그린피를 대폭 내려 골프 영재들이 해외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힘써야 한다. 물론 정부도 골프산업 진흥을 위한 정책적 지원을 뒷받침해야 한다.

지난 8월 박인비 선수가 116년 만에 올림픽 무대에 복귀한 리우올림픽 골프 종목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골프가 다시 한번 국민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박인비 선수의 손가락 부상 투혼이 우리나라 골프 경쟁력을 세계에 보여 준 것처럼 골프산업도 위기 상황에서 새롭게 재탄생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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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un68@seoul.co.kr
2016-10-0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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