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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시각] 검찰이 기댈 곳은 국민뿐/이기철 사회부 차장

[데스크 시각] 검찰이 기댈 곳은 국민뿐/이기철 사회부 차장

입력 2011-04-19 00:00
업데이트 2011-04-19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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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이 사면초가다. 법원, 검찰, 변호사업계 전체에 정치권이 메스를 들이댄다. 초미의 관심사는 검찰관계법 개정안이다. 국회 사개특위 6인 소위가 마련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와 검·경 수사권 조정, 특별수사청 신설이 개정안의 골자다. 이런 안들은 이번에 처음 제시된 것이 아니다. 역대 정권의 사개특위에서 여러 차례 논의됐지만 부작용이 너무 많다는 반론에 밀려 용도폐기된 사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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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철 사회부 차장
이기철 사회부 차장
하지만 지금 정치권은 금방이라도 이를 밀어붙일 태세다. 반면 검찰은 손오공의 머리띠 ‘금고아’에 해당한다며 거세게 반발한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양측의 논리가 평행선을 달린다. 논의의 중심축에 국민을 두면 실마리가 보일 듯하다. 즉, 국민의 입장에서 모든 문제를 풀어가라고 당부하고 싶다. 국회의원의 입법권이나 검찰의 수사권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이기 때문이다.

중수부 폐지에 대해서 한번 짚어보자. 중수부는 일반 범죄가 아니라 이른바 ‘우리 사회의 거악(巨惡)’을 척결하는 수사기관이다. 과거 많은 실적을 쌓았다. 하지만 ‘정권의 시녀’라는 비아냥을 듣는 등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한 측면을 간과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서거에 이르게 했던 것도 큰 업보다. 중수부는 ‘정권 4년차에는 측근을, 5년차에는 친인척을 잡아넣고, 정권이 바뀌면 전직 대통령을 괴롭힌다.’는 빈정거림을 들어야 했다.

거악은 법치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범죄다. 때로는 권력으로, 가끔은 금력으로 분장해 나타난다. 거악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영향력이 세고, 정권보다도 수명이 길다. 이런 거악에 맞서는 중수부는 공정성 시비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숱한 외풍과도 싸워야 한다. 이를 폐지하라는 일부 국회의원이 마치 수사의 훼방꾼으로 비쳐지는 것은 이런 현상의 데자뷔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중수부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담보하는 장치 마련에 지혜를 모으자는 말이 설득력을 얻는다.

판·검사와 검찰 수사관을 대상으로 한 특별수사청 설치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 특정 계층과 직종을 수사 대상으로 삼는 국가기구 설치는 위헌 요소가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만약 그랬다가는 나중에 국회의원만을 수사 대상으로 삼는 기관이 설치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물론 특별수사청 설치라는 극약처방을 불러온 검찰이 스스로를 돌아봐야 하는 건 당위여서 새삼 말할 필요도 없다.

수사권 조정안도 정치권이 불쑥 내밀 카드가 아니다. 수사권은 법제도에 관한 것으로, 이를 조정하는 문제는 신중하게 다룰 필요가 있다. 정교한 사법제도는 선진국으로 가는 초석이다. 당사자인 검찰뿐 아니라 경찰까지도 논의의 범주에 포함시켜야 한다.

수사기관 간의 견제라는 방향은 맞다. 검찰이 수사와 기소를 독점한 것은 확실히 기형적이다. 그러나 경찰이 수사권까지 가지면 무소불위의 조직이 된다. 이 문제도 토론 테이블에 같이 올려야 한다.

수사개시권과 관련, 검찰도 ‘무조건 안된다.’가 아니라 경찰의 현실을 돌아봐야 하며, 경찰은 수사개시권을 받을 준비를 해야 한다. 경찰에서는 내사와 수사가 명확히 구별되지 않고 있어 내사 단계에서도 종종 압수수색을 한다. 그 결과, 수사개시권이 자칫 내사종결권으로 악용될 수도 있다. 이런 우려에 대한 답을 경찰이 내놔야 한다. 검찰에 대한 경찰의 ‘복종의 의무’는 일본·독일·프랑스도 관련 법조항을 두고 있다. 주요 사건에 대해 검사의 지휘권 발동 근거이자 법치의 기본이다.

권력이든, 재벌이든 범법 행적을 쫓는 게 검찰의 일이고 보면, 검찰을 달가워할 곳은 없다. 검찰의 숙명이다. 그래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또 중요 사건을 처리할 때마다 개혁 목소리가 터져나오는 이유를 검찰은 곱씹어봐야 한다. 검찰이 눈치를 봐야 할 곳은 ‘여의도’도, ‘북악산’도 아니다. 좌고우면의 대상은 국민과 법전이다. 지금 사면초가의 검찰이 기댈 언덕은 국민뿐이다.

chuli@seoul.co.kr
2011-04-1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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