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2030 세대] 징발하되 책임은 지지 않는 나라/김영준 작가

[2030 세대] 징발하되 책임은 지지 않는 나라/김영준 작가

입력 2021-12-30 19:52
업데이트 2021-12-31 01:48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이미지 확대
김영준 작가
김영준 작가
방역지원금 지급이 시작됐다. 오전 9시에 신청했는데 11시에 받았을 정도로 전례 없이 빠르게 처리됐다. 그간 자영업에 가중된 방역 부담에 대한 비판을 정부에서도 심각하게 받아들인 결과가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그 금액은 고작 100만원 선이다. 없는 것보단 낫지만 인원수와 영업시간 제한이라는 강도 높은 규제, 그것도 가장 대목인 연말 시즌에 이뤄진 제한임을 생각하면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아무리 1월에 추가로 지급할 예정이라 하지만 금액 자체가 워낙 적다 보니 이 또한 없는 것보다야 낫지만 실질적으론 자영업자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다 보니 자영업자들이 집단휴업과 더불어 ‘불복종 운동’을 검토하는 것이 충분히 이해된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방역패스로 인한 부담과 비용을 모두 업주들에게 돌리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서다. 당장 방역패스만 보아도 그렇다. 업주들에겐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와 영업정지라는 처분이 부과된다. 이는 사실상 방역패스의 운영 효율성을 위해 업주들에게 과태료를 빌미로 모든 행정절차를 부담시킨 것이다.

게다가 개인에게는 10만원의 과태료를 책정하고 있어, 방역패스로 인해 발생하는 분쟁과 문제는 업주가 짊어져야 할 책임이 됐다. 업주 중 일부가 ‘미접종자 입장금지’를 선언한 것도 따지고 보면 그 책임과 위험이 부과된 상황에서 효율을 추구한 결과다.

사실 우리나라는 ‘징발은 하되 책임은 지지 않는 나라’라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 많이 개선됐다곤 하나 징병되는 사병에 대한 대우와 보상이 열악한 것은 이 분야의 대표적 사례 중 하나다. 또한 무상의무교육도 재원을 충분히 지급하지 않아 기성회비와 육성회비라는 항목으로 별도의 납입금을 내야 했다. 사실상의 유상교육으로 오랜 기간 의무교육을 운영해 온 역사 또한 존재한다. 이 외에도 국가의 필요성에 의해 국민을 따르게 하되 그에 대한 보상이나 비용을 제대로 치르지 않았던 사례들은 많다. 이를 생각하면 지금의 사태 또한 그 전통의 연장선이라 할 수 있다.

과거의 사례들은 우리나라가 저개발국이던 시절이었기에 어느 정도 이해를 해 줄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세계 10위의 경제대국 아닌가. 어느 조직이든 돈이 들어가는 일에 합당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면 조직원의 사기, 동기부여, 조직에 대한 로열티와 프라이드 모두 떨어진다. 국가와 국민 관계라고 다를까. 어쩌면 우리나라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불신과 강력한 조세저항은 바로 이런 ‘책임지지 않는 전통’으로 인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징발을 통한 정부의 저비용 해결책은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효과를 미칠 수밖에 없다. 결국 모든 건 비용에 관한 문제다.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선 신뢰와 협조를 기대할 수 없다. 이런 구시대적 사고방식과 나쁜 전통은 빨리 갖다 버려야 한다. 그게 2022년의 한국에 진정 필요한 것이라 생각한다.
2021-12-31 29면

많이 본 뉴스

국민연금 개혁 당신의 선택은?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는 현재의 보험료율(9%), 소득대체율(40%)을 개선하는 2가지 안을 냈는데요. 당신의 생각은?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로 각각 인상(소득보장안)
보험료율 12%로 인상, 소득대체율 40%로 유지(재정안정안)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