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시진핑 팬클럽/주현진 베이징 특파원

[특파원 칼럼] 시진핑 팬클럽/주현진 베이징 특파원

입력 2013-02-16 00:00
업데이트 2013-0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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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 지도자가 참석하는 회의와 활동 기사는 뉴스 가치에 따라 보도 여부를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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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현진 베이징 특파원
주현진 베이징 특파원
지난해 12월 4일 중국 시진핑(習近平) 공산당 총서기는 당 중앙 정치국 회의에서 형식주의 타파를 외치며 지도자 보도 관행에 대한 개선 지침을 내놨다. 지도자가 참석하는 회의나 활동은 뉴스 가치와 상관 없이 당 서열 순에 따라 주요 기사로 보도하는 관행을 없애라는 것이다.

지도자 보도 관행은 문혁(문화대혁명)의 잔재로 뿌리가 깊다. 1966년 5월 문혁이 시작되면서 마오쩌둥(毛澤東)에 대한 개인 숭배와 함께 신문의 머리기사는 하루도 빠짐없이 마오의 이야기로 채워졌다. 문혁이 끝난 지 5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이런 관행은 큰 틀에서 유지되고 있다. 10년 전인 2003년 3월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도 취임 직후 시 총서기가 지시한 것과 똑같은 내용의 지침을 내놓았지만 실천되지 못했다.

개혁 성향의 언론 학자들은 문혁에 대한 역사 청산 작업이 이뤄지지 못한 데다 뉴스 가치보다 자율성 없이 선전 사명을 강요당하는 중국 언론의 특성 탓에 지도자 보도 관행이 근절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주요 언론들이 솔선해 이를 타파하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거나, 지침을 보다 구체화할 세칙을 정하자는 제안까지 다양한 대안도 쏟아진다.

그러나 최근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 시 총서기의 일상을 마치 곁에서 지켜보는 것처럼 중계하는 ‘학습팬클럽’이란 계정의 블로그가 화제가 되면서 이 같은 논의가 무색해지는 분위기다. 당 지도자가 참석했다는 이유로 알맹이 없는 회의를 기사화하는 게 문제라기보다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지도자의 이야기가 언론에는 소개되지 못하는 폐쇄적인 풍토가 문제라는 점을 새삼 일깨운 계기가 된 것이다.

시 총서기를 시 다다(大大·삼촌)라고 친근하게 부르는 이 블로그는 지난 3일 시 총서기의 간쑤(甘肅)성 민생시찰을 중계하면서 국내외의 화제로 급부상했다. 시장·양로원·군부대 등 그의 동선을 미리 공개하거나 그가 머물고 있는 곳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알려줬고, 그를 근거리에서 찍은 사진들을 다수 공개했다. ‘팬들이 차량에 가까이 다가와 가벼운 추돌 사고가 발생했지만 시 다다는 화를 내지 않았다’ 등 에피소드도 소개했다. 당시 팔로어 수는 30만에서 87만으로 껑충 뛰었고 네티즌들이 시 총서기 응원 댓글도 대거 남기면서 블로그는 시진핑 팬클럽 사이트를 연상시켰다.

그러나 운영자는 지난 11일 블로그 폐쇄를 선언했다. 시 총서기의 근거리 사진이나 동선 정보 및 각종 뒷이야기는 측근이 아니라면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당 선전부의 작품이란 의혹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대학 중퇴 출신의 한 농민공 청년이 자신을 운영자라고 밝혔지만 이를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중요한 것은 그동안 알 수 없었던 지도자의 사적인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는 점에서 블로그 활동이 중단된 것을 안타까워하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진핑 웨이보’는 중국인이 지도자의 정보에 얼마나 목말라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뉴스 가치를 기준으로 선택된 지도자의 뉴스. 국민들이 알고 싶어하는 지도자의 모습. 중국 언론에서도 보편적으로 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jhj@seoul.co.kr

2013-02-16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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