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숙 칼럼] 디지털시대 역행하는 과기부 ‘한 지붕 두 가족’/대기자

[최광숙 칼럼] 디지털시대 역행하는 과기부 ‘한 지붕 두 가족’/대기자

최광숙 기자
최광숙 기자
입력 2022-01-24 22:08
수정 2022-01-27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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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 핵심·본질은 ‘융합’
하지만 과기부는 부처 안 칸막이
통합 10년 실패한 조직 분리해야

최광숙 대기자
최광숙 대기자
2018년 LG유플러스가 5세대(5G) 스마트폰 장비로 중국 화웨이 제품을 쓰겠다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에 허가를 신청했을 때 주의 깊게 봤다. 필자는 화웨이 제품을 단순히 통신 장비로 보지 않고, 향후 이 사안은 정치·외교적으로도 문제가 될 수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1년 뒤 2019년 총리실을 출입할 때 이낙연 당시 총리와 저녁 식사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화웨이 장비 허가와 관련해 “정부가 긴 호흡으로 정책을 폈으면 좋겠다”고 건의했다. 그러면서 미중 갈등의 역사적 배경과 중국의 원대한 계획이 무엇인지를 쓴 책 ‘백년의 마라톤’을 권했다.

이후 2020년 미국 의회가 화웨이의 5G 장비를 사용하는 국가에서 미군을 빼겠다는 등 동맹국에 화웨이 배제를 요구했다. 중국 장비를 통해 각국의 기밀이 유출된다고 본 것이다. 영국 등은 동참했지만 과기부는 ‘기업이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발뺌했다. 기업이야 가성비를 이유로 화웨이를 선택했지만 안보·외교까지 고민해야 하는 것은 정부의 책무다.

이명박 정부 때 공중분해됐던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가 합쳐진 과기부는 문재인 정부의 상징적인 부처다. 정부는 출범 후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두는 등 ‘디지털 뉴딜’을 발표하며 디지털 경제 육성을 표방했다. 디지털 대전환 시대를 맞아 지금 전 세계는 디지털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국가적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은 데이터, 인공지능(AI), 우주 등 디지털 기술 패권을 차지하려고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 과기부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지만 지난 5년간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다.

그 원인으로 첫째, 내부 조직의 불안정한 동거가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힌다. 두 부처가 통합된 지 10여년이 흘렀다. 박근혜 정부 시절 4차산업혁명의 핵심인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을 통해 디지털 시대를 열어 가겠다는 취지에서 두 부처를 통합했고, 이 정부도 그 방향점이 맞다고 보고 미래창조과학부의 간판만 바꿔 달았다. 하지만 여전히 ‘한 지붕 두 가족’식 운영으로 시너지를 전혀 내지 못하고 있다.

디지털 시대의 핵심이자 본질은 ‘융합’이다. 데이터와 데이터가 결합하고 의료·ICT 등 다른 산업 간, 현실과 가상세계 간에 융합이 일어나면서 새로운 산업·서비스가 창출된다. 우리 경제를 이끌 핵심 성장동력이란 말이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부처 내에선 과기부 출신은 1차관, 정통부 출신은 2차관을 맡아 각각 견고한 성을 쌓고 있다. 두 조직 사이에 인사 교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인사는 각자 이뤄진다. 서로 다른 영역의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소통이 이뤄져야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는데, 이런 일을 기대하기 어렵다. 공직사회의 병폐인 부처 간 칸막이보다 더 심각한 ‘부처 안 칸막이’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둘째, 과기부 관료들에게 뼛속 깊게 자리잡은 ‘규제’ 마인드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디지털 시대 핵심인 융합의 가장 큰 걸림돌은 ‘규제’다. 통신에 늘 규제가 따라붙다 보니 관료들의 DNA는 규제가 더 친숙하다. 시대가 바뀌어 디지털산업 진흥에 나섰지만 자신들의 밥그릇과 연결되는 결정적인 순간에는 늘 규제를 선택해 왔다. 지난해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 공정위와 방송위가 네이버 등 플랫폼 기업 옥죄기에 나설 때 업계의 입장을 한마디도 대변하지 않다가 오히려 규제 열차에 올라탄 것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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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과 ICT가 10여년 동안 시너지 효과는 내지 못하면서도 각각의 관료들을 중심으로 공생과 이익의 ‘카르텔’이 형성돼 가고 있는 것은 더욱 문제다.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디지털 대봉쇄의 길로 추락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향후 정부 조직 개편 시 이런 불안정한 동거 체제를 끝내고 두 조직을 분리시켜야 한다.
2022-01-2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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