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한강 위 버스의 이유

[마감 후] 한강 위 버스의 이유

김민석 기자
김민석 기자
입력 2024-08-15 02:09
수정 2024-08-15 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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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NYC) 페리의 역사는 160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수많은 항로가 생겼다가 폐쇄되고 부활하거나 또 새로 생겼다. 그러면서도 뉴욕 시민의 통근과 관광객 수요를 함께 담당해 왔다. 그런데 이런 NYC 페리, 영국의 ‘런던 리버버스’ 등 여러 수상교통을 체험하고 온 오세훈 서울시장의 ‘한강버스’(이전 명칭 리버버스)는 발표를 들을 때마다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지난 6일 서울시의 발표는 오 시장이 직접 제시했던 계획을 미루게 됐다는 게 골자였다. 선박과 선착장 설계 변경으로 당초 오는 10월에 계획했던 공식 운항을 시작하지 못하게 됐다. 미뤄진 만큼 내년 3월까지 시범운항과 훈련 등을 충분히 거쳐 운항 안전성과 운영 효율성을 확보하겠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었다. 한강이 뉴욕의 이스트강, 허드슨강, 런던의 템스강 등에 비해 선박 운항 여건이 좋지 않아, 선장 등 관련 인력들의 운항 숙련도를 높여야 한다는 점도 강조됐다. 실제로 한강은 계절이나 날씨에 따라 수위 변동 폭이 상당히 크고, 한강버스는 그런 조건에서 여러 교각 밑을 지나 운항해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어려운 여건을 극복하면서까지 왜 꼭 한강에 배를 띄워야 하는지, 왜 모두가 비판하는 수상 대중교통이 꼭 필요한지에 대한 답은 여전히 명쾌하지 못하다. 한강버스가 관광용이 아닌 대중교통임을 계속해서 강조한다. 그런데 출퇴근을 책임지기엔 하루 예상 승객 수가 5200여명에 불과한 수송 분담률은 작아도 너무 작다. 서울 지하철은 이용객이 하루 700만명 정도다.

뉴욕 지도를 보면 NYC 페리가 수백년간 교통수단 역할을 했을 만하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 뉴욕의 강들은 맨해튼, 퀸즈, 브루클린 등 여러 지역을 복잡하게 가르고 있다. 육상 교통으로 이동하기에 비효율적인 많은 구간이 배를 타면 훨씬 간편해진다. 게다가 세계 최대 도시의 러시아워에 꽉 막힌 도로 위 버스나 낡고 지저분하기로 유명한 지하철에 몸을 욱여넣는 대신, 자유의여신상이 있는 풍경을 감상하며 출퇴근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이에 반해 한강은 단순하다. 서울을 동서로 가로지를 뿐이라 통근자는 강을 두세 번 건널 일이 없다. 그래서 기존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것이 대체로 효율적이다. 쾌청한 봄가을은 짧고 국지성 호우가 잦아진 여름과 강물이 꽁꽁 얼 정도로 추운 겨울의 한강에서 낭만은 선뜻 그려지지 않는다. 선박 운항으로 적자를 면하기 어려우니 선착장 카페 등 부대시설 운영 수익으로 손익을 맞춘다는 구상도 ‘굳이 왜 그러면서까지 해야 하는가’ 하는 물음이 들게 한다.

NYC 페리의 역사엔 정치인이 선거 공약으로 항로 신설을 내건 장면이 있었다. 결국 출항한 한강버스가 오 시장의 치적이 될 만큼 성공했으면 좋겠다. 다만 이 바람은 시민으로서의 바람이다. 세금이 수백억원 들어가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한강에 NYC 페리 같은 멋진 수상교통수단이 생기길 바란다. 하지만 그 배가 한강에 띄워져야 할 분명하고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어야 하겠다.

김민석 전국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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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전국부 기자
김민석 전국부 기자
2024-08-15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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