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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칼럼] 기업이 오디션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석호익 KT 부회장

[CEO 칼럼] 기업이 오디션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석호익 KT 부회장

입력 2011-04-25 00:00
업데이트 2011-04-25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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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호익 KT 부회장
석호익 KT 부회장
중세 유럽의 오페라 극장에서는 가수를 선발할 때 노랫소리를 잣대로 삼았다. 즉, 시각보다는 청각에 의한 판단으로 가수를 뽑았는데, 이를 ‘아우디레’(Audire)라고 불렀다. ‘경청하다’라는 뜻을 가진 이 라틴어가 바로 ‘오디션’(Audition)의 어원이다.

몇년 전부터 우리 사회에 오디션 열풍이 불고 있다. 인맥이나 비용 부담이 없는 데다, 손쉽게 참여할 수 있어 누구나 실력과 끼만 있으면 맘껏 꿈을 펼칠 수 있다. 선발하는 입장에서도 문호를 넓힘으로써 숨은 인재를 발굴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반면 예기치 않은 부작용이 드러나는 경우도 많다. 선발 과정이 투명하지 않거나, 정작 선발된 인재의 활용이 미진해 지원자에게 상처를 남기고 대중의 비난을 받기도 한다.

‘오디션’을 기업에 대입하면, ‘열린 채용’쯤으로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다. 정형화된 자격요건과 전형절차를 탈피해 내실 있는 인재를 등용하는 식이다. 열린 채용이 언뜻 당연하고 용이해 보이지만 실제로 실행하기는 만만치 않다. 기업과 구직자 모두가 윈-윈(win-win)하려면 열린 채용과 인재 활용을 어떻게 추진해야 할까.

우선 채용 과정이 공정하고 옥석을 가릴 수 있어야 한다. 열린 채용은 글자 그대로 기존 지원자격을 배제하고 실력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겉으로만 열린 채용을 표방하고 속으로는 학력, 전공 등을 본다면 이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 실력은 기본으로 하고 지원자가 얼마나 성장할 것인가, 기업의 가치관과 부합하느냐를 판단의 준거로 삼아야 한다. KT도 지난해부터 학력 제한을 완화한 ‘고객서비스직군’을 마련해 전문 인재를 확보했는데, 이 중에는 발군의 성과를 보여 5000만원이 넘는 연봉을 받은 사람도 있다.

열린 채용을 통해 인재를 뽑았다고 하더라도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사람을 어디에 배치해 어떻게 쓸 것인가 하는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물론 인재를 자신의 역량을 펼쳐 보일 수 있는 업무에 투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의 저자 짐 콜린스도 인재 육성의 실천 지침으로서 “최고의 인재를 문제가 가장 큰 곳이 아니라, 기회가 가장 큰 곳에 배치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덧붙여, 인재가 조직 내에서 성과를 창출하고 동기를 부여받는 기업문화를 구현해야 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3월 발표한 ‘기업의 핵심인재 현황 조사’를 보면 흥미로운 대목이 눈에 띈다. ‘전체 직원 중 핵심인재가 차지하는 비율’에 대한 응답은 10% 이하(26.3), 5% 이하(25.9%), 3% 이하(22.5%)가 주류를 이루었다. 반면 ‘핵심인재가 동일 직급의 보통 직원 대비 얼마나 더 많은 보상을 받는지’에 대해서는 차이 없음(33.4), 1~1.2배(26.3%), 1.5~2배(25.3) 순으로 응답했다. 기업 내 핵심인재 풀(Pool)도 크지 않고 차별적 보상에 대해서도 미온적임을 발견할 수 있다.

물론 보상만이 인재를 위한 동기 부여의 전부는 아니다. 최근 들어 기업들이 관심을 갖는 건 ‘인재들이 얼마나 성장하고 즐겁게 일하는가.’이다. 이른바 ‘일하고 싶은 일터’(Great Work Place)가 그것이다. 자신의 직장에서 일하는 자체가 경쟁력이자 성장의 기회가 되고, 배려와 협업·소통이 강화되면 인재는 자연스럽게 역량을 발휘할 것이라는 발상이다. KT도 인재가 즐겁게 일하며 성장하는 일터를 만듦으로써 궁극적으로 인재가 모일 수 있는 기업이 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 중이다.

이제 기업도 열린 채용과 인재 활용에 눈을 돌려야 할 때다. 기업은 열린 자세로 인재를 등용하고 인재는 성과를 창출해 기업의 가치를 배가시키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마치 재능을 가진 참가자가 오디션을 통해 발굴되고 위대한 아티스트로 성장해 청중의 심금을 울리는 것처럼.
2011-04-2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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