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칼럼] 재난뉴스 예방보도에 중점 뒀으면/이종혁 경희대 언론학 교수

[옴부즈맨 칼럼] 재난뉴스 예방보도에 중점 뒀으면/이종혁 경희대 언론학 교수

입력 2010-01-12 00:00
수정 2010-01-12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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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1월5일) 신문 1면은 폭설 기사로 장식됐다. 서울 적설량이 신기록이었다니 그럴 만하다. 뉴스가치가 큰 소재라는 데 이견이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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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혁 경희대 언론정보학 교수
이종혁 경희대 언론정보학 교수
언론학자 슈메이커의 ‘뉴스가치 모델’에 따르면, 일탈성(deviance)과 사회적 중요도(social significance)가 뉴스 가치를 결정하는 주요인이다. 이번 폭설은 과거와 달리 양이 엄청났고, 피해는 대부분 국민들에게 미쳤다. 뉴스 생산자 입장에서 1면감에 손색이 없다.

뉴스 수용자인 독자들은 아침에 신문 1면을 보고 어떤 느낌을 받았을까? “또 눈 이야기야?”, “다 아는 내용인데 지겹다.” 대부분의 독자들이 TV 뉴스를 통해 폭설 상황을 자세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 피해 상황, 교통 마비, 제설작업 등은 전날 TV 뉴스가 시간대마다 반복한 내용이었다. 인터넷으로 날씨 변화와 교통 상황을 시시각각 체크한 독자들도 꽤 있었을 것이다. 심정적으로 어느 신문 기사의 제목대로 ‘눈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 결국 신문이 독자들이 이미 알고 지겨워하는 내용을 다시 제공한 셈이다. 신문 아닌 매체와 차별화된 내용이 없었다.

서울신문의 1월5일치 관련 기사를 보자. 1면을 포함한 3개면과 사설에서 폭설을 다뤘다. 피해 상황과 제설 작업을 소개하고, 서울시와 기상청의 무능력을 비판했다. 전날 9시 TV 뉴스 소재와 다름이 없었다.

눈에 띄는 부분은 외국의 제설 시스템에 관한 기사였다. 대부분 기사가 피해 상황과 책임 규명에 관한 것이었다면, 이 기사는 폭설 예방과 대책을 다뤘다.

엔트만이란 언론학자는 뉴스가 사건을 보도할 때 사건의 성격 규명, 원인 해석, 도덕적 평가, 대책 제안 등의 시각을 가질 수 있다고 한다. 폭설과 같은 재난 보도에선 피해 상황과 아울러 대책 제안이 매우 필요하다. TV·인터넷과 같은 실시간 매체가 피해 상황을 신속히 보도한다면, 신문은 심층보도로 대책을 제안하는 데에서 차별성을 확보해야 한다. 특히 ‘예방보도’에는 신문이 더 효율적이다.

예방보도는 재난 발생에 앞서 사전 점검하는 역할에만 그치지 않는다. 사전 예방보도 이외에 재난 직후 단기적 대책을 제안하는 2차 예방보도와 장기적 대책에 관한 사후 예방보도도 있다. 뉴스 형태로 일반 뉴스 이외에 심층보도와 캠페인 등을 사용할 수 있다.

다시 신문 기사들을 살펴보자. 서울신문을 포함한 대부분의 주요 일간지들은 대책 제안에 소홀했다. 피해 상황을 다시 정리하고, 누구 탓인가를 논하는 데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교통 지옥은 서울시의 미숙한 대응 때문’, ‘도마에 오른 기상청 예보’, ‘사고 예방 미흡-관리 부실 땐 국가 배상’, ‘남 배려 안 하는 차가 교통대란 부추겼다’,…. 물론 폭설 피해의 책임자를 찾아내 개선토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재난보도에서 책임자 규명은 시급한 일이 아니다. 피해 복구와 대책 마련에 전사회적 힘을 모으는 게 먼저다. 언론에는 부조리 고발뿐 아니라 사회 통합의 역할이 부여돼 있다. 재난과 같이 사회 공동체의 위기 상황에서는 후자의 역할이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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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언론의 재난 보도에서 또 지적돼 온 것이 선정적 보도다. 인간적 흥미라는 뉴스가치에 부합하는 기사를 찾다 보니, 특정 인물이나 기관을 영웅시하거나 희화화하는 경우가 있다. ‘경찰관 아저씨는 슈퍼맨(버스 뒤를 혼자 미는 경찰관)’, ‘폭설 녹인 작은 영웅들(중·고생 제설 봉사단)’, ‘강남 스키족(눈 쌓인 도로에서 스키 타는 사람들)’, ‘눈 치우다 하이킥(주민간 다툼)’, ‘양치기 소년된 기상청’,…. 독자에게 재미를 선사하려는 목적은 많은 국민들이 고생하는 폭설 기간 동안 잠시 접어둬도 괜찮을 듯하다. 원인 규명과 대책 마련에 도움이 되는 ‘심각한’ 기사에 지면을 할애해야 한다. 폭설에 대한 사전 예방 기사를 싣지 못한 언론이 재난을 희화화하려는 것은 무책임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누구 탓을 굳이 따지려 한다면, 언론 스스로도 책임자 리스트에 넣어야 할 것이다.
2010-01-12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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