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운의 시시콜콜] 미-러 중거리핵전력(INF) 조약

[이지운의 시시콜콜] 미-러 중거리핵전력(INF) 조약

이지운 기자
입력 2019-08-02 17:12
수정 2019-08-02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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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지나고 보니, ‘미하일 고르바초프’라는 인물의 등장이 탈냉전의 시작점이었다.
이스라엘의 장거리 요격미사일 ‘’애로우 3’’가 지난달 28일 미국 알래스카에서 시험발사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스라엘의 장거리 요격미사일 ‘’애로우 3’’가 지난달 28일 미국 알래스카에서 시험발사되고 있다. AFP=연합뉴스
1985년 소련 공산당 제8대 서기장에 오르더니 1986년 10월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에서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만나 중거리미사일 전력 감축을 논의했다. 1987년 12월에는 백악관에서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에 서명했다. 이후 1991년 6월까지 500∼5,500km의 중·단거리 미사일 2692기가 폐기됐다. 1970년대 중반 소련이 서유럽을 사정권으로 하는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 SS-20을 집중 배치하고, 미국은 중거리탄도미사일 퍼싱-2를 유럽에 맞배치하며 펼쳐온 미사일 개발 및 배치 경쟁을 되돌아보면, ‘급제동’이었다. 제거 절차와 사찰 방식을 상세히 규정하고 엄격하게 적용한 것이 조약이 성공적으로 수행된 비결로 꼽힌다.

이 성과를 바탕으로 1991년 7월에는 양국간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이 체결된다.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등의 감축을 다룬 협정이다. 주한미군에 배치됐던 전술핵무기가 철수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1991년 12월에는 핵무기의 시험·제조·생산·접수·보유·저장·배비·사용을 하지 않는다는 남북간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으로 이어졌다.

INF조약에 먹구름이 드리우기 시작한 것은 소련 붕괴 이후 INF조약 이행을 승계한 러시아가 조약을 이행하지 않는다고 미국이 불만을 터뜨리면서다. 버락 오바마 정부는 2014년 연례적으로 작성하는 준수보고서에서 러시아의 조약 위반을 지적하며 경고했다. 러시아는 이를 부인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국가이익에 대한 지대한 위협이 있을 때 6개월 전 탈퇴를 통보하도록 돼 있는 규정을 내세워 지난 2월 탈퇴를 선언하며 러시아를 압박했지만,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결국 8월2일부로 조약은 공식 파기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이미 지난달 3일 관련 법령에 서명해놓았었다.

냉전 해체의 상징이 해체된만큼 신(新)냉전에 대한 우려가 이미 시작됐다. 중단거리 미사일이 고도화되는 등 주요국 간 군비경쟁이 촉발될 것으로 외신들은 우려하고 있다. 중거리핵전력(INF) 조약과 함께 핵통제 질서를 떠받쳐온 또 하나의 기둥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도 위태롭다. 2010년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으로 명맥을 이은 이 협정은 2021년 만료 예정이다. 기한 연장이 필요한데,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최근 부정적 시각을 드러냈다. 미국이 조약을 탈퇴한 데에는 그간 아무 제약 없이 중거리 미사일을 개발해온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도 깔려있다. 2017년 4월 미 태평양사령관이었던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 대사는 의회 증언에서 “중국이 배치한 탄도·순항미사일의 95%가 INF 조약 가입국 위반 사안”이라고 했었다.

세계는 핵 규율의 진공상태로 다시 진입했다. 조약 파기 소식에 고르바초프는 “모두의 운명이 불확실해졌다” 했다 한다. 앞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조약을, ‘핵전쟁의 브레이크’로 비유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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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운 논설위원 jj@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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