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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눈] 법관을 위한 변명/이민영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법관을 위한 변명/이민영 사회부 기자

입력 2011-12-01 00:00
업데이트 2011-12-01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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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영 사회부 기자
이민영 사회부 기자
먼저, 질문을 던지고 싶다. 이혼한 판사는 가사사건을 맡으면 안 될까. 종교를 가진 판사는 종교 관련 재판을 하면 안 될까. 그도 아니면 성폭력 재판에서 남성 판사를 배제해야 할까. 마지막 질문.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하는 입장을 가진 판사는 관련 재판을 하면 안 될까.’

대부분 “에이, 그건 아니지.”라고 답하다가 마지막 질문에서 조금 갸웃거렸을지도 모르겠다.

인천지법 최은배 부장판사는 최근 페이스북에 대통령과 각료까지 거론하며 한·미 FTA 비준안 통과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판사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용과 정치적 중립, 표현의 자유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정치권까지 뛰어들었다.

판사의 SNS 사용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최은배 판사가 FTA 관련 재판을 맡는다면 공정할 수 있겠는가.”라는 주장까지 펴고 있다. 이런 식의 논리라면 앞선 질문에 모두 ‘예’라고 대답해야 한다.

판사를 포함한 공무원은 헌법에 따라 직무상 정치적 중립의 의무를 지닌다. 그러나 ‘기계적 중립’이라는 말이 허구라는 건 조금만 생각해도 쉽게 알 수 있다. 최루탄, 날치기, 물대포, 경찰서장 폭행 등 한·미 FTA를 둘러싼 뉴스를 한번쯤 생각해 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거대담론이 아닌, 우리네 삶과 직접 관련된 이런 이슈에서 무색무취 상태의 기계적 중립은 수식에서나 존재할 수밖에 없다.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이번 사안에 대해 페이스북 등 SNS 사용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로 결정했다. SNS를 통한 의견 표명이 공적이냐, 사적이냐는 문제는 이견이 있는 만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판사 이전에 한 사람의 시민인 그로부터 ‘표현의 자유’를 앗아갈 권리는 누구도 갖고 있지 않다. 판사의 생각과 직무는 별개가 돼야만 하고, 판사는 객관적 양심에 따라 판결하면 된다.

그래도 동의할 수 없다면 마지막 질문. 당신은 고민 없이 서류더미에 파묻혀 판결을 양산하는 ‘재판 기계’ 판사를 원하는가.

min@seoul.co.kr

2011-12-0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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