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주민투표, 지방자치 일대혁신 요구하다/육동일 충남대 교수·지방분권촉진위원회 위원

[시론] 주민투표, 지방자치 일대혁신 요구하다/육동일 충남대 교수·지방분권촉진위원회 위원

입력 2011-08-26 00:00
수정 2011-08-26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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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동일 충남대 교수·지방분권촉진위원회 위원
육동일 충남대 교수·지방분권촉진위원회 위원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의 투표율이 33.3%에 미달한 결과 개표가 무산됐다. 서울시장직을 걸었던 오세훈 시장은 사퇴할 수밖에 없게 됐고, 서울시장은 보궐선거를 통해 다시 선출된다. 한나라당 당대표가 사실상 승리한 게임이라고 주장하지만, 앞으로 정국에 밀어닥칠 대재앙의 공포감에 사로잡혀 있는 듯하다. 반면에, 민주당은 착한 시민이 나쁜 시장을 심판했다며 벌써부터 서울시장 후보를 거론하는 등 기세를 올리고 있다. 결국, 정국의 최대 관심사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시점으로 모아지고 있는 양상이다.

주민투표는 지자체의 주요 정책사항이나 주민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는 행정행위에 대해 해당 주민들이 직접 투표로 결정하는 제도로서 풀뿌리 지방자치의 강력한 수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초 서울시만의 무상급식 대상범위를 놓고 치르는 정책투표가 오 시장이 시장직을 걸고, 또 여·야 정당이 전면 개입하면서 졸지에 신임투표 내지 정치투표로 변질되어 버렸다. 지방자치의 발전과는 역행한, 대단히 잘못된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이는 한국의 지방자치가 여전히 중앙정치에 종속되어 있을 뿐 아니라 정쟁과 당리당략의 대상이 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또 이는 부활된 지 20년이나 된 한국의 지방자치가 중앙정치에 의해서 그 근간이 언제든지 흔들릴 수 있음을 의미한다.

주민투표제의 도입은 지방정부와 의회가 주민들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현실을 보완하는 동시에 지방자치제도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그 기본 취지가 있다. 그러나, 선진국들이 주민투표 도입에 상당히 주저하고, 또 지금까지도 이에 대한 상당한 논란이 지속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주민투표제는 주민들의 성숙된 참여의식과 책임의식을 요구한다. 아울러 직접참정제에 앞서 대의민주주의 제도와 문화가 정착되어 있어야 한다.

특히 지방의회의 위상과 역할이 바로 서 있어야 한다. 주민직접참정제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고, 자치단체에서 수행해야 할 많은 계획들을 전부 주민투표로 결정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6·2지방선거를 통해 출범한 ‘민선5기’는 과거와 달리 단체장과 의회 간 견제와 균형의 경쟁구도가 조성됐다. 오랜만에 단체장에 대한 지방의회의 감시와 견제가 실질적으로 가능해졌고, 지방의회의 권위와 신뢰를 획득해서 양자의 관계가 제대로 정립할 절호의 기회를 맞은 것이다. 그러나 당적이 서로 다른 서울시장과 서울시의회는 단상 점거, 물리적 충돌, 재의 요구와 재의결, 본회의 출석 거부, 협의 중단, 대법원 제소로 이어지는 일탈적 행태로 일관함으로써 지방자치의 본질을 외면하고 말았다.

선진국의 경우, 지방정부 수장의 권력은 ‘설득’에서 나온다. 단체장의 지방의회에 대한 소통과 설득 능력이 그 리더십의 성공 여부를 좌우한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보면, 의회와의 협의를 일방적으로 중단하거나 의회 출석을 거부하는 행위는 끝내 오 시장의 자충수가 됐다. 집행부의 최고 책임자는 의회의 협조를 끌어내기 위해 시정연설이나 예산안 설명시에 늘 빠짐 없이 출석해 성실히 보고하고, 다양한 채널을 통해 대화를 일상화해야 한다. 서울시장과 서울시의회 간의 관계와 역할이 제대로 정립되었던들 혼란과 대립, 그리고 낭비만을 초래한 주민투표는 거론조차 되지 않았을 것이다.

지방자치와 교육자치 제도가 기형적으로 이원화되어 있는 문제도 이번의 사태를 불러온 큰 요인이다. 무상급식은 주민투표로 행정적인 결론이 났지만, 서울시장과 교육감의 권한과 책임을 둘러싼 법적 소송은 지속될 것이다. 지방자치와 교육자치제를 통합하든 분리하든 제도의 재정립은 불가피하게 됐다. 어쨌든, 이번 서울시 주민투표를 계기로 한국의 지방자치는 일대 혁신을 단행해야 하는 계기를 맞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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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2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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