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복지 포퓰리즘과 반(反)복지 포퓰리즘/김진석 인하대 철학 교수

[시론] 복지 포퓰리즘과 반(反)복지 포퓰리즘/김진석 인하대 철학 교수

입력 2011-08-23 00:00
수정 2011-08-23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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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을 둘러싼 주민투표는 애초에 시간과 돈, 그리고 정치적 열정을 낭비하는 일이었다. 무상급식은 현재 다수의 기초단체에서 이미 실행하고 있는 매우 상식적인 생활정치의 주제이며, 따라서 꼭 ‘진보적’ 의제만은 아니다. 그런데도 오세훈 시장은 마치 무상급식이 위험한 진보 정책인 양, 그것을 정치적 쟁점으로 만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저 오세훈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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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석 인하대 철학과 교수
김진석 인하대 철학과 교수
개인적으로 필자는 중도에서 중도좌 혹은 진보까지 걸쳐 있지만, 민주당과 소위 진보 쪽의 복지정책에도 적지 않은 문제가 있다고 여기는 편이다. 그래서 지난해부터 민주당과 진보 쪽의 단순하고 무모한 복지정책에 대해 쓴소리를 여러번 했다. 물론 복지라는 주제를 정치적 논의의 한복판으로 끌어오는 데에는 민주당과 진보 언론이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2010년 지방선거 이후 민주당과 진보 쪽은 과도하게 혹은 무모하게 ‘보편적 복지’와 ‘무상’이라는 구호를 복지정책의 진리로 내세웠다. 복지는 꼭 진보만의 권리나 점유물이 아닌데도 마치 그런 것처럼 여겼을 뿐 아니라, 복지는 꼭 보편적이며 무상이어야 한다는 구호를 단순하게 반복했다.

그 과정에서 진보 쪽은 제대로 된 논의를 교조적으로 배제했다고도 할 수 있다. 한국 사회가 추구해야 할 복지모델의 정답이 그저 북유럽의 복지체제인 것처럼 말하는 태도에서는 복지 정책뿐 아니라 정치적 현실에 대한 통찰의 부족이 드러났다. 말로만 좋은 복지가 아니라 실제로 시민들에게 도움이 되면서도 가능한 정책을 펴는 일이 중요하다. 보수도 얼마든지 복지정책을 펼 수 있다. 또 복지는 꼭 정부가 세금만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시장에서 고용환경도 좋아져야 하며, 개별 가정들도 경쟁에 대한 불안을 현명하게 피할 수 있는 여지가 있어야 한다.

북유럽과 다른 복지국가인 프랑스에선 유치원에서부터 소득에 따라 급식비를 다르게 낸다. 급식비도 학교가 아닌 자치단체에서 관리하기에, 학생들이 차별받을 일도 없다. 좋은 급식이 무조건 무상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소득에 따른 급식비를 내는 것이 꼭 학생들을 차별하는 일도 아니다. 또 무상급식 자체는 복지정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연금·양육수당·노령수당·의료보험 등이 국가 책임이 따르는 복지정책이라면, 급식은 ‘기껏해야’ 자치단체 차원의 일이다. 따라서 ‘무상급식’이냐 아니냐는 기준으로 바람직한 복지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어처구니없다. 그 점을 반영하듯, 서울시는 초기의 ‘무상급식 반대’라는 구호를 ‘단계적 무상급식’이라는 구호로 슬쩍 바꿨다.

민주당과 진보 쪽은 마치 ‘보편적’이고 ‘무상’이어야만 복지인 것처럼 말한다는 점에서 복지 포퓰리즘에 사로잡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거꾸로, 무상급식이 복지정책 전체에서 비중이 그리 높지 않은데도, 오세훈 시장은 그것에 대한 반대를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굳히는 발판으로 남용했다. 그는 무상급식을 정치적으로 남용하는 반(反)복지 포퓰리즘에 빠졌다. 이번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이 복지 포퓰리즘과 반복지 포퓰리즘이 쓸데없이 싸움을 하는 현장이라고 할 수 있으며, 둘 다 정치적 포퓰리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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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2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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