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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당] 신한류 걸그룹의 허와 실/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

[문화마당] 신한류 걸그룹의 허와 실/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

입력 2010-09-16 00:00
업데이트 2010-09-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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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일본 NHK ‘뉴스워치 9’ 톱뉴스는 한국 걸그룹 열풍에 대한 특집으로 이루어졌다. 5분가량 할애된 이 방송은 한국 걸 그룹의 선풍적인 인기와 반향을 촘촘히 소개했다. 실제로 일본 J-POP 시장에서 걸 그룹의 인기는 주목할 만하다. NHK뿐 아니라 여러 매체에서 쏟아져 나오는 반응 역시 그것을 방증한다. 또, 오리콘 차트에서의 성적표 역시 그러한 반응이 과대 포장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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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
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
올해 초부터 티아라, 포미닛, 브라운아이드걸스, 카라 등 한국 걸 그룹이 연속해서 일본 시장에 소개되면서 열풍은 예고됐다. 지난달 일본 도쿄 아리아케 콜로세움에서 쇼케이스를 열며 일본 데뷔를 선언한 소녀시대는 한국 걸 그룹의 인기에 방점을 찍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발표한 소녀시대 앨범은 오리콘 차트에서 정상을 넘볼 만큼 J-POP시장에서 귀한 손님이 되었다.

배용준, 이병헌, 권상우 등 남자배우들이 주도한 ‘한류’의 흐름에서 소녀시대, 카라 등 걸 그룹들이 ‘신(新)한류’라는 신조어를 생산해 내는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신한류가 가져온 변화의 물줄기도 드라마에서 가요(K-POP)로 장르가 전환되었다. 드라마 ‘겨울연가’로 시작된 한류가 중년 여성층 중심이라는 한계를 드러냈다면, 한국 걸 그룹은 젊은이들의 동경을 이끌어 내고 있다. 또다른 수용자의 확산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대목. 그야말로 ‘코리안 인베이전’(Korean Invasion·한국의 공습)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린다.

J-POP 시장에서 한국 걸그룹의 인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경쟁력 있는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일본 내 기존 걸 그룹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무대 위 비주얼에 있어서 현격한 차이를 이룬다. 트렌디한 패션과 세련된 안무 스타일로 무장한 한국 걸 그룹의 무대는 비주얼적인 측면에서 압도한다. 일본 팬들의 입에서 경이롭다는 표현이 쏟아져 나오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이러한 경쟁력은 하루아침에 얻어진 것이 아니다. 지난 1990년대 중후반부터 오디션을 통해 발굴된 재원들은 수년간 연습생 생활을 거치는 한국의 아이돌 육성 시스템이 있었기 때문에 일본의 걸 그룹 수준을 훌쩍 뛰어넘었다.

이러한 성과는 박수칠 일이지만, 우려의 시각도 안팎으로 존재한다. 한국 연예산업이 지나치게 아이돌 중심으로 성장하면서 특정 장르의 음악이 미디어 노출을 독점하고 있다. 돈 되는 아이돌 음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음악적 편향이 극심하다는 것은 가요계 전체적으로 볼 때 큰 손실이다.

방송은 물론 각종 음악 사이트의 주요 배너는 아이돌 콘텐츠와 자사 중심의 콘텐츠로 범람한다. 싱글 앨범을 포함해 한 해 2만종에 이르는 다양한 음반이 대중에게 접근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음악적 진정성보다 돈 되는 특정 음악이 살 길이라고 여길 수밖에 없는 음반 기획자들의 의지 상실이 가요계를 지배하고 있다. 이게 현실이다. 수십년간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에 몸담은 매니저와 매체 관계자들의 유착의 힘이 대세를 좌우하는 것이 실상이다. 우리가 아는 몇몇 인기 배우와 아이돌 그룹이 그 수혜의 중심에 서 있다. 신 한류의 문을 연 걸 그룹들의 공통점은 멤버들의 비주얼을 빼고 나면 음악적 차원에서 평가를 받기 부족한 면이 있다는 것이다. 아시아 시장에 이어 세계 음악 시장을 지배하기 위해서는 걸 그룹의 태생적 한계를 뛰어넘는 준비 작업이 지금이라도 필요하다.

음악 중심의 탄탄한 팬 층을 쌓지 못한다면 지금의 ‘신 한류’는 일종의 거품이 될 수도 있다. 비주얼 중심의 승부는 음악적 한계를 뛰어넘을 수 없기 때문이다. 끊임없는 컨셉트의 변신은 지속성의 한계를 가져온다. 또 음악적 기반이 없다면 나이의 한계를 뛰어넘는 연속성이 불가능하다. 가창력이 아닌, 몸으로 승부하는 음악이 지속적인 권좌를 창출할 수도 없다. ‘아름다운 각선미의 여성 그룹’이라는 일본식 표현이 마음에 걸리는 것도 바로 그런 연유다.
2010-09-16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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