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세계적인 오케스트라가 필요한 이유/김주호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이사

[시론] 세계적인 오케스트라가 필요한 이유/김주호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이사

입력 2010-06-30 00:00
수정 2010-06-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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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경쟁력을 평가할 때 문화예술은 필수요소가 된다. 특히 사회간접자본이 고루 갖춰진 첨단 도시들의 우열을 가리는 경우, 문화예술은 결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한다. 1990년대 중반 시애틀이 미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선정되었을 때가 있었다. 그 이유를 현지인에게 묻자 서슴없이 도시가 가진 문화적 자산들을 열거하면서 미국에서도 오케스트라, 오페라단, 발레단의 3박자를 모두 갖춘 도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라고 자부심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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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호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이사
김주호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이사
오케스트라는 대부분 도시의 이름을 달고 작명된다. 따라서 그 도시의 후원을 받고, 시민들에게 문화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며, 나아가 그 도시의 이미지를 좌우하는 상징이 되기도 한다. 문화적 쾌적성과 도시 경쟁력이 비례하는 상황에서 오케스트라가 도시 마케팅의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우리가 가보고 싶어 하는 도시들은 대체로 이름난 오케스트라 하나쯤은 있는 곳들이 아니던가. 때로는 그 도시의 오케스트라들이 서울을 찾아오고 우리는 아주 비싼 티켓을 사면서도 그 도시를 더욱 동경하게 되곤 한다.

그러나 도시의 이미지를 견인할 만큼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를 만드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먼저 좋은 오케스트라가 있기 위해서는 그에 버금가는 연주자, 지휘자, 후원자, 그리고 관객이 있어야 한다. 이 요소들은 상호관계 속에 얽혀 있어서 우선순위를 따지기 어렵다. 이를테면 좋은 연주자들이 있어야 좋은 지휘자가 오겠지만 반대의 명제도 가능하다. 같은 이치로 좋은 연주가 있으면 든든한 후원자와 관객이 따라오지만, 연주자와 지휘자는 든든한 후원이나 수준 높은 관객을 전제로 이동하기도 한다. 좋은 오케스트라는 오직 이 모든 요소들이 서로 융합하고 선순환 구조를 이룰 때 가능한 일이다.

또 하나, 무엇보다 어려운 일은 많은 재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경제적으로 볼 때 오케스트라는 전형적인 시장 실패의 아이템이다. 100명이 넘는 연주자, 고액연봉의 지휘자, 제한적 수입원 등등, 효율성과는 거리가 먼 요소들이 재정적 부담을 가중시킨다.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세계 유수의 도시들이 오케스트라에 직·간접적인 후원을 자처하는 이유는 두 가지 효과 때문이다.

첫째, 오케스트라가 창출하는 무한대의 외부 편익이다. 오케스트라는 공연, 음반, 방송 등을 통해 고급 문화 콘텐츠를 양산한다. 이들을 통해 도시의 문화적인 이미지는 고조되고 이른바 브랜드 파워가 높아진다. 둘째, 오케스트라는 도시 구성원에게 음악은 물론 그것을 원용한 평생교육의 계기를 제공한다. 오늘날 많은 오케스트라들이 공연 못지않은 비중을 교육프로그램에 할애하는 것은 그만큼 오케스트라의 사회공헌에 대한 자각이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 필자가 몸담고 있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유럽의 9개 도시에서 공연을 가졌다. 내로라하는 세계적인 교향악단이 도사리고 있는 도시들을 거칠 때마다 긴장의 연속이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그들이 아시아의 문화상품에 서서히 눈을 뜨기 시작했으며, 종주국인 자신들 못지않은 기량과 상품성을 가졌다는 데 동의해 주었다는 점이었다. 최근 시작된 아시아 문화상품에 대한 새로운 관심은 예전의 오리엔탈리즘과는 분명 다른 측면이 있어 보인다. 아시아의 문화 상품을 보다 보편적인 관점에서 평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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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3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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