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강북차별론/노주석 논설위원

[씨줄날줄] 강북차별론/노주석 논설위원

입력 2010-01-29 00:00
수정 2010-01-29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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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집에서 읽은 서울 강남과 강북의 차이. 강북의 대형할인점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두 지역의 격차를 논했다. 한 고참이 강북 사람들은 “비싸다.” “증정 없어요?”라는 말을 달고 다니지만 강남 사람들은 “물건만 좋으면 산다.”고 차이점을 정리했다. 편의점에 근무하는 아르바이트생들의 비교도 재미있다. 강남지역 편의점에는 시식대가 없단다. 강남 사람들은 편의점에서 라면을 먹지 않기 때문이란다. 지저분한 국물 통 비울 일 없는 강남에서 아르바이트할 것을 권했다.

메가스터디 학원 설립자이자 사회탐구영역 최고의 명강사인 손주은 대표는 다른 논리를 폈다. ‘할아버지의 재력’과 ‘어머니의 정보력’에 의해 강남 아파트에 살면서 학원에 다니고, 족집게 강사로부터 과외를 받으면서 강남지역 학교에 다닌 학생들은 대학졸업 후 직장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단다. 일부 기업체 인사담당자들 사이에서 강남에 주소를 둔 서울지역 대학 출신의 선발을 꺼리는 현상도 있다고 했다. 잡초 같은 강북이나 지방 출신과 비교하면 강남 학생들의 생활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불패의 신화를 가진 강남에도 그림자는 존재하는 셈이다.

이노근 노원구청장이 서울시에 강북차별을 없애 달라는 건의서를 어제 냈다. 강남은 경제와 문화의 중심지로 부상한 반면 규제에 묶인 강북의 개발은 요원하다는 지적이다. 강남 위주의 개발정책으로 강남·북 불균형이 심화되고 사회가 양극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용적률 완화, 상업지역 확대, ‘1도심 5부도심’으로 돼 있는 중심지 체계의 위계를 재조정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일리 있다. 관련 통계를 보면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에는 관광호텔이 41곳 있지만 노원·도봉·중랑구에는 달랑 1곳씩밖에 없다. 지난해 말 현재 30층 이상 초고층 건물 184곳 중 157곳이 강남 3구에 몰려 있다. 노원·도봉·강북·성북엔 단 한 곳도 없다. 용적률도 강남 3구는 213%이지만 노원·도봉·강북·성북구는 169%에 불과했다. 상업지역 면적도 강남구는 12.5%이지만 도봉구는 2.6%에 불과한 것이 지역 불균형의 현주소다.

빌딩이 높고, 상업지역이 넓고, 호텔 수가 많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전반적인 부동산경기 침체 속에서도 강남권만 나 홀로 오르는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 현상은 그냥 두고 볼 일이 아니다. 강남지역 진입도 어렵고, 자산가치가 떨어지는 걸 두 눈 뜨고 봐야 하는 강북 주민들의 상대적 박탈감도 고려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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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2010-01-2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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