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자민당의 딴죽/김성호 논설위원

[씨줄날줄] 자민당의 딴죽/김성호 논설위원

입력 2010-01-11 00:00
수정 2010-01-11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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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인. 사전적 의미로 본다면 소속 집단에서 다른 집단으로의 이동과정에서 흡수되지 못하는 계층과 개체의 이름이다. 자신의 사고방식이나 행동양식을 저버리지 못한 채 새 집단에 적응하지 못하는, 변이적 개념의 말이다. 일본에 사는 한국인, 재일한국인은 흔히 일본 속의 주변인으로 불린다. 자발적 주변인이 아닌, 소외와 따돌림의 피해자들인 셈이다. 정체성 혼란과 차별의 아픔을 인내하며 살아가는 많은 재일한국인, 재일동포들은 그래서 주변인을 넘어 사고와 행동의 주체적 입장인 초경인(超境人)을 꿈꾼다.

60만명쯤으로 추산되는 재일한국인이 주변인의 아픔을 더 갖는 까닭은 일본에 의해 억지로 구분지어지는 경계의 탓이다. ‘어려운 경제사정 때문에 일본에 밀항하거나 밀입국해 머물기 시작한 한국인 불법 체류자’. ‘더 나은 땅으로 찾아든 자발적 도래자’, 코리안 뉴카머들도 있겠다. 하지만 주변인으로서의 재일한국인이 일본의 시각대로 ‘재팬 드림’이라는 좋은 측면의 이주자들일까. 식민지 시절 징용되고 강제로 끌려가 전쟁과 노무에 시달린 당사자들과 그 후손들이다. 내선일체를 명분으로 끌려간 조선인은 남북을 합쳐 200만명이나 됐지만 일본 국적을 박탈당해 슬픈 신분의 이름으로 남게 된 이들이 바로 재일한국인이다.

100년을 일본에서 살아온 재일한국인들은 주변인의 신분을 넘어 초경인에 닿기 위한 방편으로 참정권을 줄곧 내세워왔다. 사회 구성원으로서 떳떳하고 당당하게 살기 위한 권리의 요구이다. 쉽게 이루지 못할 요구였지만 자민당 집권시절부터 그것이 받아들여질 조짐을 보이기도 했다. 독도를 일본 영역으로 강제편입시킨 시마네(島根)현을 비롯해 30곳이 넘는 광역지방자치단체(도도부현)가 앞다퉈 재일한국인에 대한 참정권 부여를 요구해온 것이다. 54년만에 정권교체를 이룬 하토야마 민주당 정권도 이들에 대한 참정권 부여를 강력 추진했고 오는 18일 열릴 정기국회에 지방참정권 부여 법안을 제출할 참이다.

47개의 도도부현 의회 중 14곳이 지방참정권 부여법안에 반대한다는 의견서를 채택했단다. 지난해 정권교체 이전에 찬성하고 나섰던 7곳의 의회까지 입장을 바꿔 딴죽을 걸었다니 안타깝다. 아무래도 7월 참의원선거와 내년 봄 지방선거에 앞서 보수 우익을 겨냥한 자민당의 민주당 흔들기란 시각이 많다. 하토야마 정권의 동북아 중심 신일본 구상과 과거사 청산의 노력들이 큰 벽에 부딪힌 셈이다. 재일한국인들의 ‘초경인’ 꿈은 어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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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2010-01-1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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