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구 정책뉴스부 차장
현재 추진 중인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구역 개편논의를 보면서 의구심이 든다.
정부는 지난 1995년 이뤄진 도·농통합 때와 달리 이번 행정구역 개편작업은 전적으로 주민들의 의사에 맡긴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도 절대 정부가 통합에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고 누차 강조해 왔다. 실무라인의 고위 공직자들도 “행정구역 개편의 대원칙은 국회가 주도하고 행안부는 주민의사를 따라 지원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전국 대학의 행정학 관련 교수 145명이 정부의 행정구역개편 작업과 현행 행정구역의 문제점을 동시에 지적했다. 이들은 공동의견 형식으로 4개항의 요구사항도 발표했다. 지방선거를 9개월여 앞두고 시·군 통합을 추진하는 것은 선거판을 뒤흔들 수 있으니 중단하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또 행안부와 정치권은 통합논의에서 빠지고 중앙정부가 가진 권한과 재원을 지방으로 이양하라는 것이 이들 요구사항의 핵심이다.
원론적으로 맞는 말이다. 정부가 개입하지 않는 것이 대원칙이라고 하지만 행정구역 개편작업이 다소 엉뚱한 방향으로 진행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우선 전국의 행정학과 교수들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간이 촉박하다며 논의 중단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는 동의하기 힘들다. 행정구역 통합문제는 인근 지역 간에 이미 1994년, 1995년부터 계속 거론돼 왔다. 뜬금없이 불거진 현안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시한을 못박는 의미는 아니지만 활발한 논의가 이뤄진다면 내년 2월까지 통합작업을 완료, 지방선거 전에 충분히 새 자치단체가 출발할 수 있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특히 소규모 자치단체들이 통합논의에 소극적인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싶다. 현재 17개 지역, 45개 자치단체가 통합을 논의 중이다. 그런데 이들 지역은 성남, 구리, 창원, 마산, 청주, 목포 등 광역단체 인근에 위치한 비교적 큰 도시들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작은 규모의 시·군이 우선적으로 통합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나 이들 지역에서는 통합논의를 이끌어갈 마땅한 주체가 없는 실정이다.”라고 안타까워한다.
당초 행정구역 통합의 목적은 인구 감소 등으로 활력을 잃어가고 있는 지역에 경쟁력을 높이고 효율적인 발전을 꾀하기 위함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규모가 작은 인구 3만~4만명 수준의 시·군이 우선 통합대상이 되어야 한다. 경북 영양군은 공무원 1인당 주민 수는 41.7명에 불과하다. 강원 양구군은 52.1명이다. 울릉군은 주민 1만여명에 공무원은 350여명이라고 한다. 이런 소규모 자치단체들부터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행정구역 통합작업에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단체장, 지방의원, 그리고 지역구 국회의원 등 오피니언 리더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정부가 개입하기 어렵다면 이들이 적극 나서 논의를 이끌어 내는 주체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1차 도·농통합이 이뤄진 지난 1995년의 통합과정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이 당시에도 현재처럼 지역 주민들 간 갈등이 팽배했었다. “집값이 떨어진다. 혐오시설만 우리지역에 들어오게 된다.”는 등등의 그럴듯한 악소문들도 난무했다. 그럼에도 40여개 지자체가 통합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단체장들이 적극 앞장섰기 때문이다. 물론 관선시절의 단체장들이라 정부 방침에 따를 수밖에 없었던 점도 있지만 논의를 이끌어 내는 역할을 톡톡히 해주었기에 통합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이번 통합논의에서도 단체장을 비롯한 지역사회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제대로 역할을 해야 성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동구 정책뉴스부 차장
2009-09-23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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