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김정일 이후’와 美의 북핵전략/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시론] ‘김정일 이후’와 美의 북핵전략/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입력 2009-09-18 00:00
수정 2009-09-18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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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8월 북한의 김정일 노동당 총비서가 뇌혈관계 이상으로 쓰러진 후 미국 군사당국은 ‘북한 급변사태’ 대비 계획 수립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최근에는 미 국방부가 내년 초 의회에 제출할 ‘4개년 국방정책검토 보고서’(QDR) 준비과정에서 북한 정권붕괴 변수 등 11가지 시나리오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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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북한 관련 시나리오에는 대규모 난민발생, 핵물질 확보, 북한 내 질서회복 등의 대책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들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 체제의 변화 문제는 관련국들에 매우 중요한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북한 급변사태 논의는 몇 가지 중요한 문제점들을 가지고 있다.

첫째, 북한의 내구력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미 국방부는 김정일 유고시 북한 내 권력공백 및 통제력 상실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황장엽 전 조선로동당 비서는 “김정일이 사망하더라도 김정일의 측근들이 이미 다 구축되어 있고 한배를 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내란 또는 무정부 상태로는 절대 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북한에는 김정일을 대신할 사람이 100명도 넘는다.”고 평가하고 있다. 김정일의 유고가 ‘급변사태’가 아니라 단순히 최고 지도자의 교체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김정일 이후 북한 급변사태 가능성을 높게 보는 전문가들은 대체로 북한의 심각한 경제난을 근거로 든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수백만명이 아사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 내에서 의미 있는 정치적 소요는 발생하지 않았다. 북한 지도부가 주민들의 식량난을 해결하는 데에는 무능했지만, 주민들을 통제하는 데에는 ‘탁월한’ 능력을 보인 셈이다.

그런데 현재 북한의 경제사정은 그때보다는 나아져, 여전히 살아가기는 어렵지만 굶어 죽는 사람은 드물다. 이 같은 상황에서 김정일 유고시 ‘대규모 난민 발생’ 및 ‘북한 내 질서회복’을 위한 군사적 개입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매우 비현실적이다.

둘째, 최근의 북한 급변사태 논의는 언제 다가올지 모를 ‘김정일 이후’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이미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핵무기 추가 확보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는 김정일 정권과의 협상에서 눈을 돌리게 하고 비핵화 협상 진행을 어렵게 하는 문제점이 있다. 미 국방부가 계속 ‘북한 내 질서회복’을 위한 군사적 개입을 고려한다면, 북한은 안보위기 의식 때문에 결코 핵포기 결단을 내릴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미국이 진정 북한의 핵포기를 원한다면, 비현실적인 북한 급변사태 논의를 중단하고 북한과의 직접 대화에 곧바로 착수해야 한다.

최근 북한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일본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후계자 문제가 “현 시점에서는 논의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같은 발언은 어디까지나 북한 내부에서 은밀하게 진행 중이며 상당한 정도로 진척된 김정일의 3남 김정운의 후계체계 구축을 은폐하기 위한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

현재 미국에 시급한 과제는 군부를 확고하게 장악하고 있는 김정일의 생존 기간 내에 북한의 핵포기 결단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김정일 이후 누가 차기 지도자가 되더라도 북한 비핵화가 지속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대북협상과 국제공조를 추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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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2009-09-1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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