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마당] 우리에게 우주란 무엇인가/김기봉 경기대 사학과 교수

[문화마당] 우리에게 우주란 무엇인가/김기봉 경기대 사학과 교수

입력 2009-09-03 00:00
수정 2009-09-03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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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봉 경기대 역사학 교수
김기봉 경기대 역사학 교수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와 함께 우리 역사에서 한 시대의 종말과 더불어 한국 최초 우주발사체 나로호 발사를 통해 우주시대라는 새 시대가 열리는 듯했다. 하지만 위성이 정상궤도로 진입하지 못하고 지구로 떨어짐으로써 새 시대는 아직 도래하지 않았다.

전 국민적 열망과 자부심을 담은 위성이기에 실패에 대한 아쉬움과 실망은 매우 크다. 우리는 대기권을 뚫고 지구를 벗어나 우주로 나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새삼 실감했다. 이 같은 좌절감을 딛고 8전9기해서 우리는 우주시대를 개막할 것이다. 그러나 그 전에 우리는 ‘우주란 무엇인가’ 하는 화두를 먼저 잡는 것이 필요하다.

우주는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큰 무한대 세계다. 그래서 우주시대란 전 지구를 인간 삶의 무대로 하는 세계화시대를 훨씬 능가하는 신기원임에 틀림없다. 인간이 살고 있는 세계가 전 지구로 확장되는 결정적 계기는 1492년 콜럼버스 항해다. 미국의 환경사가 크로스비(Alfred W Crosby)는 이 사건의 세계사적 의미를 아주 오래전 베링 육교로 이어져 있었던 두 세계를 신이 갈라 놓은 것을 인간이 다시 연결하여 두 세계가 점차 하나로 통합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정리했다.

콜럼버스 항해로 시작된 대항해시대를 거치면서 인간과 동식물뿐 아니라 세균까지 포함한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하나의 생태계에서 서로 생존투쟁을 벌이는 상황이 연출됐다. 그 상황을 연출한 주역은 유럽인들이다. 그들의 정복사업을 통해 구대륙과 신대륙 사이에는 ‘콜럼버스의 교환’이라 불리는 생태학적 교류가 이뤄졌다. 이 교환을 통해 감자와 옥수수 같은 신대륙 작물뿐 아니라 매독이 구대륙으로 유입되고, 천연두와 흑사병 같은 구대륙 질병이 신대륙 원주민 문명의 몰락을 초래했다. ‘콜럼버스의 교환’은 서구가 주도한 전지구시대의 개막임과 동시에 베링해를 통해 갈라진 두 대륙이 5억년 동안 유지한 지구생태계의 균형을 파괴한 ‘재난’이었다. 오늘날 인류는 전지구시대와 똑같은 방식으로 우주시대를 열어서는 안 된다. 문명의 도전에 대한 지구의 응전이 지구온난화와 같은 환경재난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아는 인류가 우주를 정복하겠다는 오만으로 우주로 나간다면 우주의 징벌이 내려질 것이다.

인간은 지구에 살고 있고, 지구는 태양계에 놓여 있으며, 태양계는 우주 안에 존재한다. 우주 밖에 무엇이 있는지를 생각한다는 것은 인간의 사유능력으로는 불가능하다. 우주란 모든 존재자가 존재할 수 있는 근거다. 인간이 제기하는 가장 근원적인 질문이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느냐.”다. 전근대에서 인간은 이 문제를 신이라는 절대자를 상상하거나 퇴계 이황처럼 태극이라는 이치를 상정하는 방식으로 풀고자 했다. 근대 자연과학은 이 문제를 종교와 형이상학으로 치부하고 탐구영역에서 제외시켰다. 그 결과 우리는 ‘과학적’ 세계관을 가질 수 있지만 ‘과학’ 그 자체를 세계관으로 삼을 수는 없기 때문에, 인간 존재의 가장 근원적인 문제를 도외시함으로써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사라진다. 사라진 이후 나는 무엇인가? 부모가 날 낳기 이전에 나는 없었다. 죽음을 통해 그 원래 없었던 것으로 되돌아 가는 것이 인생이라면, 궁극적인 문제는 우리가 되돌아 갈 그곳은 어디인가이다. 인간은 지구의 생성 이후에 탄생했고, 지구는 태양계가 생겨난 다음에 태동했고, 태양계는 우주로부터 나왔다면, 모든 것의 기원은 우주다. 우주가 우리의 본바닥이고, 그 본바닥으로부터 나라는 존재가 생겨났기에 나는 곧 우주다. 따라서 나로호를 통해 우리가 열고자 하는 우주시대란 우주라는 미지의 영역을 정복하러 떠나는 우주경쟁의 출발이 아닌 나의 본바닥을 찾아 떠나는 여행의 시작이 돼야 한다.



김기봉 경기대 사학과 교수
2009-09-03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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