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대질의 추억/진경호 논설위원

[씨줄날줄] 대질의 추억/진경호 논설위원

입력 2009-05-08 00:00
수정 2009-05-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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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9년, 1427년 여름을 뜨겁게 달군 섹스 스캔들이 터진다. 양반가의 부인이 위로는 중신에서부터 아래로 상인에 이르기까지 40여명의 남정네와 염문을 뿌린 사건이다. 명예 서울시장이라 할 검한성(檢漢城) 유귀수의 딸이고, 평강 현감 최중기의 아내였던 유감동이 주인공. 처음 사헌부가 그녀를 잡아들였을 때만 해도 나루터 아전 황치신과 나졸 김여달 등 5명의 이름만 나왔고, 이 때만 해도 그저 그런 추문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조사가 거듭되면서 그녀의 입에서 종2품 의정부 재상과 정3품 당상관, 지방관아의 수령, 심지어 사헌부 전직관리들 이름까지 튀어나왔다. ‘유감동 리스트’가 터진 것이다.

조정은 발칵 뒤집혔다. 유감동의 입놀림 하나하나에 중신들은 전전긍긍했고, 오늘은 또 누가 사헌부로 불려가느냐가 저잣거리의 최대 뉴스였다. 리스트에 오른 신료들은 물론 하나같이 잡아떼며 발뺌에 급급했다. 그러나 사헌부가 꺼내든 대질신문 카드에 저마다 무릎을 꿇었다. 언제 어디서 관계를 가졌고, 심지어 어떤 상황이었는지 줄줄이 꿰어내는 유감동 앞에서 중신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파문이 커지면서 조정의 권위가 송두리째 뽑힐 것을 걱정한 세종은 “더 이상 유감동을 추국(推鞫)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부랴부랴 판도라의 상자를 덮지 않았던들 패가망신한 중신들은 훨씬 늘었을 듯하다.

증거재판주의가 확립된 오늘날에도 대질은 수사에 큰 영향을 미친다. 물증이라는 씨줄에다가 정황증거라는 날줄을 엮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물론 대질이 모든 사건 규명의 지름길은 아니다. 대질한 두 사람의 발언 중 일치하는 내용은 5~10%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있다. 5공(共) 때 청와대 정무2수석실 비서관으로 있으면서 전경환씨의 비리를 전두환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가 의혹을 극구 부인하는 전경환씨와의 대질 끝에 대통령으로부터 거꾸로 질책을 당한 6공 황태자 박철언씨 같은 경우도 있다.

무산된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대질을 뒤로 하고 새로 줄소환될 인사들 앞에 또다른 대질신문이 기다리고 있다. 500여년 전 조정 신료들의 모습이 아른댄다. 박 회장의 기억력이 유감동 못지 않은 모양인데….

유주동 서울시의원, 서울 시내버스 통상임금 판결에 선제적 재정 대응 촉구

서울시의회 유주동 의원(더불어민주당, 기획경제위원회)은 지난 27일 제399회 임시회 본회의 5분 자유발언에서 시내버스 통상임금 판결로 서울시가 직면한 대규모 재정 부담을 지적하고, 버스 파업이 재발하는 일이 없도록 서울시가 선제적으로 대응할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지난 4월 30일 대법원은 동아운수 임금 소송에서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확정하고, 수당 재산정 시 실제 근로시간이 아닌 노사가 합의한 보장시간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판결했다. 유 의원은 현재 서울 시내버스 64개 회사 노동자 약 1만 7000명이 여섯 개 법원에 같은 취지의 소송을 제기한 상태로, 서울서부지법에서 10개 회사의 1793명에 대한 첫 1심 판결이 곧 선고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유 의원에 따르면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소송 결과에 따라 부담할 금액을 최소 5266억원에서 최대 1조 216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서울시가 2023년 한 해 시내버스 준공영제 재정지원금으로 지출한 8915억원과 맞먹거나 이를 뛰어넘는 규모다. 유 의원은 “서울 시내버스는 준공영제로 운영되는 만큼 이 부담은 결국 서울시 재정, 곧 시민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고 지
thumbnail - 유주동 서울시의원, 서울 시내버스 통상임금 판결에 선제적 재정 대응 촉구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2009-05-0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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