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巨物과 去物 /이목희 논설위원

[씨줄날줄] 巨物과 去物 /이목희 논설위원

입력 2009-03-16 00:00
수정 2009-03-16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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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는 두 군상(群像)이 있다. 금배지를 단 사람과 못 단 사람이 그들이다. 현역 국회의원은 그만큼 특권을 누린다는 풍자다. 아무리 과거에 잘나가던 클 거(巨)자 거물 정치인이라도 배지가 떨어지면 갈 거(去)자 거물로 전락하고 만다.

지난해 봄 18대 총선 한나라당 공천에서 박희태·김덕룡씨가 탈락했다. 5선 의원에 화려한 당직과 장관 경력까지, 거물(巨物)로 불리기에 모자람이 없었던 이들이다. 그들도 공천에서 배제되자 바로 거물(去物)이 되고 말았다. 이후 여권이 인력난을 겪으면서 박희태씨는 한나라당 대표로, 김덕룡씨는 대통령 특보로 복귀한다. 하지만 뭔가 미진하다. 금배지가 없으면 대표, 특보도 어딘가 권한이 약해 보인다.

야당인 민주당의 거물(巨物) 가운데 원외의 대표격은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다. 대선 후보로 나섰다가 패배한 뒤 총선에서 재기를 모색했으나 그 또한 실패했다. 그가 앞길을 도모하려니 금배지 생각이 다시 절실한 모양이다. 당 안팎의 눈총을 외면한 채 4월 재·보선 출마를 선언했다.

거물(去物)이 유권자의 정당한 심판을 통해 거물(巨物)의 지위를 되찾으려는 것을 말릴 일은 아니다. 방법이 합리적이지 않고, 국가에 도움이 되지 않을 듯하니 문제다. 한나라당을 보자. 5선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시켰을 때는 이유가 있었을 터이다. 이제 와서, 그것도 지역구를 옮겨가며 재·보선 출마를 저울질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민주당의 정동영 전 장관도 마찬가지다. 대선까지 나섰던 이가 서울 지역 국회의원 선거에서 떨어지자 고향을 찾아 쉽게 배지를 달려 하니 모양이 흉해 보인다. 지역감정 망령이 어른거리기도 한다. 민주당에서는 한광옥 전 의원까지 출사표를 던짐으로써 참으로 점입가경이다.

정당은 선거에서 이기는 게 1차 목표다. 의석도 중요하고, 정권 평가에도 신경이 쓰인다. 그러나 인지도가 있다고 거물(去物)을 이곳저곳에 내세워 벼랑끝 승부를 거는 게 당과 국가에 도움이 될까. 지역선거인 재·보선을 중앙 권력정치와 연결시켜 분위기를 과열시킨 결과는 어떻게 될까. 여야 모두 차분해질 필요가 있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2009-03-1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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