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측근 게이트/이목희 논설위원

[씨줄날줄] 측근 게이트/이목희 논설위원

입력 2008-11-25 00:00
수정 2008-11-25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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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대로 후계자를 낸 이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었다.후보 기획부터,물심양면 지원으로 노태우씨의 당선을 확정지은 뒤 전씨측은 “발 뻗고 잘 수 있겠다.”고 했다.권력 현실은 달랐다.대선 직후 만난 노씨 측근의 단호한 언급에 놀랐던 기억이 난다.“5공 청산은 야당만 필요한 게 아닙니다.”

 전두환·노태우 권력이양이 이랬으니,다른 정권교체 때는 말할 필요가 없다.전직 정권의 손볼 대상 리스트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다.A급,B급,C급….“사돈의 8촌,초등학교 동창까지 다 뒤지고 조사하고 있다.”는 전직 대통령들의 불평을 현장에서,전언으로 여러 차례 들었다.

 4년전 노무현 정권 실세로 불린 인사가 사석에서 한 말.“우리는 다음 정권에서 게이트로 불릴 만한 측근 비리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그가 내세운 이유는 두가지.민주투사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도 집권 말기 측근·친인척 비리로 고생했다.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자신들이 얼마나 조심하겠느냐고 되물었다.또 정권초 여소야대 상황에서 고초를 겪었는데,물밑 비리가 남아있을 게 없다고 했다.실제로 노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 국회가 ‘측근비리 규명 특검법’을 통과시키자 거부권을 행사했고,국회는 특검법 재의(再議)까지 가결시켜 버렸다.

 그럼에도 바보같은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노 전 대통령의 후견인,학교 동문들이 범죄계보도로 그려지면서 줄줄이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르고 있다.친형 연루 의혹도 제기된다.노 전 대통령측은 “후원자나 같은 고교 출신이 모두 측근이 냐.”라며 반발했다.설득력이 떨어진다.대통령과 권력에 가깝지 않았다면 로비자금이 오가고,정보가 있었겠는가.당시엔 장·차관이나 청와대 수석보다 영향력이 있었던 이들이다.

 노 전 대통령측이 “왜 우리 주변만 집중적으로 캐느냐.”는 불만을 가질 수 있다.그러나 비리 조사의 빌미를 떨치지 못한 자체가 치명적이다.“우린 바보가 아니다.”라는 장담은 무엇이었나.인간이 아무리 망각의 동물이라지만 뻔한 일이 5년마다 왜 반복되는지….깊은 반성부터 해야 할 것이다.측근비리 게이트를 반면교사로 삼을 이들은 지금도 도처에 널려 있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2008-11-2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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